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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병실청소 전가한 정신의료기관… 인권위. ‘노동 강요’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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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0 12:03:00 수정 : 2021-07-20 09:3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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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인 “입원환자들과 매일 당번 정해 청소”… 병원 “강제성 없어”
인권위 “입원환자들은 청소를 수행할 수밖에 없어”

정신의료기관이 입원환자에게 병실 청소를 전가하는 건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이와 관련해 A병원장에게 청소관행 개선을, 관할 군수에게는 지도·감독을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진정인 B씨는 지난해 6월부터 6개월간 A병원 입원 당시 입원환자들과 매일 당번을 정해 병실을 청소했고, 이를 거부하자 환자들과 다툼이 생겨 병원생활이 어려웠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개별 병실만 입원환자들이 자발적으로 당번을 정해 청소·관리할 뿐 “여기에 어떠한 강제성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복도 등 공용공간 청소는 별도 직원이 담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은 ‘정신건강증진시설의 장은 입원 등을 하거나 시설을 이용하는 정신질환자에게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지시에 따른 치료 또는 재활 목적이 아닌 노동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또 작업을 할 경우에는, 입원환자 본인이 신청하거나 동의한 경우에만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지시하는 방법에 따라 시켜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A병원의 경우 “입원환자들이 본인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청소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진정인 B씨의 경우처럼 본인이 청소를 원하지 않거나 기존 청소방식을 거부하면 원만한 환우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그 근거로 봤다. 

 

위원회는 A병원장이 별도의 청소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장기간 입원환자들로만 병원 청결을 유지한 건 정신건강복지법을 위반한 ‘노동 강요’라 판단했다. 또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신체의 자유 침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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