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한 통 받고 한바탕 웃었는데
닉네임이 농약 들고 원샷이었다
왠지 씁쓸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마늘 양파 감자 농사가
땀 한 방울 값도 나오지 않아
가격폭락이란 이름으로 갈아엎고 나니
트랙터가 자신의 몸을
짓밟고 간 것처럼 고통스럽더라고
그래서 막걸리를 마실 때마다
농약 들고 원샷하며 달랜다고 했다
그 속이 속일까 싶어
강원도 평창 야생화 밸리에서 찍은
복주머니蘭 사진을 답장으로 보냈는데
내 마음 헤아렸을까 몰라

우리들 밥상머리에 빠지지 않는 농가 작물은
다른 생필품보다는 널뛰기가 심합니다.
올봄처럼 대파가 천정부지로 오르기도 하고
마늘 양파 감자처럼 가격이 폭락하기도 합니다.
농민들에게 농산물 가격은 생계의 문제와 직결됩니다.
정성을 쏟은 농산물이 땀 한 방울 값도 나오지 않을 때는
갈아엎을 수밖에 없습니다.
애지중지 보살폈던 농산물을 갈아엎는 농부의 속마음은
트랙터가 자신의 몸을 짓밟고 간 것처럼 고통스럽다고 합니다.
그래서 막걸리를 마실 때마다 농약 들고 원샷하며 달랜다고 합니다.
모든 농부에게 복주머니난을 보냅니다.
올해는 제발 그런 일이 없기를 기원하면서.
박미산 시인, 그림=림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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