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체육회가 이순신 장군의 장계를 인용한 응원 현수막을 철거하며 ‘욱일기 응원도 불허하겠다’라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약속을 받아냈다고 전했다. 그러자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욱일기 응원을 여전히 허용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지난 18일 일본 아사히 신문은 “욱일기 디자인은 일본에서 널리 사용되며 정치적인 주장을 담고 있지 않다. 욱일기는 경기장 반입 금지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올림픽 조직위 측 입장을 보도했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지난 14일 도쿄 올림픽 선수촌 내 한국 선수단 거주동 3층 창가에 태극기와 함께 “신에게는 아직 5000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글이 적힌 현수막이 내걸었다 현지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이 문구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격파한 이순신 장군의 명언인 ‘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아직도 제게 열두 척의 배가 있고, 저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라는 장계를 인용한 것이었다.
이에 IOC가 중재에 나섰고, 체육회는 17일 해당 현수막을 철거하며 “현수막에 인용된 문구는 전투에 참가하는 장군(이순신)을 연상할 수 있음에 따라 올림픽 헌장 50조 위반으로 철거해야 한다고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체육회는 즉시 IOC에 응원 현수막 문구에 대한 우리 입장을 적극 설명하고, 경기장 내 욱일기 응원에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욱일기 사용 역시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을 금지하는 올림픽 헌장 50조를 위반한다는 주장인데, 체육회는 IOC와 상호협의로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내리는 조건으로 욱일기에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IOC의 약속을 받아냈다고 전했다.
그러나 도쿄조직위는 IOC의 이런 약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욱일기 반입을 허용하겠다고 재차 확인했다.
도쿄조직위 관계자는 아사히에 “IOC와 대한체육회의 상호 협의 내용을 알 수 없지만, 욱일기 취급 방침에 변동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중국, 러시아 선수단과도 협의해 일본의 욱일기 사용 금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한국 선수단 거주동에 현수막이 걸려있었을 당시 일본 극우단체가 ‘욱일기 시위’를 벌인 것과 관련해 도쿄올림픽 조직위에 항의 메일을 보냈다고 19일 밝혔다.
항의 메일은 일본 올림픽위원회(JOC),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대회 조직위원장, 마루카와 다마요(丸川珠代) 올림픽상(장관)에도 보냈다.
서 교수는 항의 메일에서 “당시 한국은 IOC와 조율을 한 후 현수막을 철거했는데, 욱일기를 들고 한국 선수단 건물 앞에서 시위한 일본 극우단체에 일본 경찰이 어떠한 제지도 하지 않은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직위는 이런 극우단체의 욱일기 시위에 강한 경고와 주의를 줘서 재발 방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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