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시진핑 사상’ 보고서 압박에 대필업 성행… 中 형식주의 한계”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1-07-19 13:00:00 수정 : 2021-07-19 14:08:0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SCMP “시 주석 체제 한계 보여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베이징=신화연합뉴스

중국 공산당이 당원들에 시진핑 국가주석의 사상에 대한 연구 보고서 제출을 요구하자 인터넷에서 대필업자를 통해 제출하는 경우가 느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형식주의와 시진핑 권력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시 주석 사상에 대해 연구해 보고서 제출하도록 압력 받은 간부들이 직접 쓸 여력이 되지 않다보니 인터넷에서 모범답안을 구매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에 광고를 올린 한 업체는 28위안(약 5000원)부터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 대필업체 운영자는 이미 지난 1일 시 주석의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 연설에 관한 보고서도 만들어 놓았다고 광고했다.

 

관영 매체에서 10년간 일했다고 주장하는 이 업자가 작성한 보고서는 공산당 전문용어로 가득채워져 있고, 시 주석 연설에 대한 분석도 있다. 더구나 의뢰인의 직책과 관련한 특정 분야에 대한 분석, 당에 대한 충성맹세도 담고 있다. 이어 시 주석의 연설이 향후 자신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향상시킬 지 등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는 최근 펼쳐진 공산당 역사교육을 비롯해 기율검사에 대처하는 법, 자아비판까지 지도부의 핵심정책에 대해 다룬 견본 보고서가 4만개가 넘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898위안(약 15만9000원)부터 시작하는 연회비를 낸 회원의 경우는 모든 자료를 검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매일 수십명이 자신의 보고서를 구입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많은 보고서를 제출해야하는데 비서가 없는 낮은 계급의 간부들이라고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책. AFP연합뉴스

SCMP는 이 같은 대필업체 수백개가 중국 온라인에서 영업 중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대필업자는 보고서를 9.9위안(약 1750원)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신을 산둥 지역 은퇴한 공무원이라고 소개한 그는 “직책과 보고서 성격 등을 말해주면 맞춤형 보고서를 24시간내 제공한다. 비용은 구체적인 요구사항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공산당도 이러한 관행을 문제삼고 있고 감찰기관에서도 적발된 이들에게 경고서한 발송, 인사기록 반영 등의 조처를 하며 계속해서 경고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과중한 업무에 치여 시간이 없는 많은 낮은 계급의 간부들은 대필 보고서를 찾고 있다고 한 선전시 관리는 말했다.

 

이 관리는 “너무 많은 보고서가 쌓여있고 너무 많은 위챗 단체방의 메시지에 답을 해야하며, 너무 많은 이들의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해야한다”고 토로했다.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산하 중국연구소의 스티브 창 교수는 “일부 간부들이 하급자의 보고서 대필 의뢰 관행을 용인하는 것은 그들 역시 그러한 보고서의 가치를 진심으로 믿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형식주의’는 어느 곳에나 있지만 중국의 체제는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거 시진핑 권력 한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