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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대한민국 대통령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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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15 23:36:36 수정 : 2021-07-15 23:3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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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빈국에서 선진국 발돋음한 韓
美·中 패권전쟁 새로운 위기 직면
대선 후보들 국제정치 해법 도외시
이념보다 실용적 대외정책 중요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았다. 지난 7월 2일(현지시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제68차 무역개발이사회에서 19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기존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를 변경했다. 이는 1964년 UNCTAD가 설립된 이래 최초의 일이다. 1960년대 당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한국이 그간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되는 현재도 한국은 전략경쟁의 핵심역량인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국가이다. 대한민국이 이룩한 이 성과를 크게 자찬하고 축하할 일이다.

여기에 오기까지 그간 많은 문제점과 어려움이 존재했다. 독재, 부패, 지역분할주의, 독선의 역사를 경험했다. 외교와 안보 역량이 부족함에도 정글과 같은 국제정치에서 살아남아 이 수준까지 성장한 제3세계 국가는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 재편과정에서 한국이 대륙세력인 소련과 중국 중심의 질서에 재편되지 않고, 해양세력인 미국 중심의 질서에 들어간 것은 커다란 행운이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는 대한민국이 창의적인 과학·기술을 습득하고, 선진적인 문화와 민주정치를 배우도록 했다. 비록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침략의 위협이 상존했지만, 한미동맹을 통해 생존을 담보하고 국방비용을 절감하고 경제에 대한 투자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한미동맹은 모든 문제 해결의 오메가였고, 사고나 생활의 표준을 설정해 주었다.

중국의 급속한 부상은 이러한 질서에 근본적인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이는 우리가 과거 대륙 중심의 위계적인 국제질서에 속해 있었다는 것을 다시 상기시킨다. 그리고 강대국 패권 경쟁시기 한반도는 그 영향권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었고, 예외없이 침략 전쟁, 굴욕, 정권 교체, 병합 등의 혼돈에 빠졌다는 기억도 되살린다.

미중 전략경쟁은 분명 패권 경쟁의 성격을 띠고 있고 준(準)전쟁의 대결시기이다. 최근 국내여론을 보자면, 한미동맹이라는 익숙한 해법에 쉽사리 귀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의 행보에서 보듯이, 한미동맹 자체가 변수가 돼가고 있고, 시간이 감에 따라 더욱 강대해질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문제는 기존 냉전처럼 모든 것이 분리돼 ‘모 아니면 도’라고 할 그런 세계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복합적인 상호의존을 강화한 세계화는 이러한 단순한 해법을 넘어서는 보다 정교한 대안을 요청한다. 선진국이라 인정받는 현 상황에서도 새로이 직면한 위기와 위협은 가볍기보다는 더욱 엄중해 보인다.

향후 5년의 시기는 대한민국 50년의 역사를 좌우할 정도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여야의 경선과정에서 현재까지 드러난 바는 어느 후보도 자신있게 이러한 국제정치적 도전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거나 성숙된 이해를 보여준 바가 없다. 미국이 점령군이었는지 해방군이었는지 해석 여부, 여가부·통일부 폐기 문제 등 부차적이고 정파적인 논쟁이 주요 주제였다. 대선에 나서고자 하는 정치지도자들은 이제 근본적인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는 국제정치 속에서 대한민국이 생존해 나갈 해법을 제시해야 하고 그 전략가들은 치열한 논쟁에 나서야 한다. ‘하루빨리 미국을 선택하라’든가 ‘북한과 민족적인 유대강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자’는 너무나 익숙한 담론은 현 국제정치 본질에 대한 상상력의 부족을 보여준다. 안이하고 무책임해 보인다.

우리가 직면할 세계는 변수가 더 많고 시나리오도 더 복잡하다. 스스로 우리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없는 우리의 국제정치 현실에서 필요한 것은 이념적인 편중보다는 실용적인 태도에 입각한 자신의 한계에 대한 깊은 자각, 국제정치 상황에 대한 객관적 이해, 국민적 공감대를 통한 대외정책의 추진이다. 이러한 역사적 임무에 답할 역량을 발휘할 후보가 있다면, 나는 그가 차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외적인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나라가 흔들리면 부동산 문제도, 민족 문제도 차후의 일이 된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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