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영상 촬영하고 경찰 신고… 피해 학생 “장난친 것” 부모 “확인 후 신고할 것”
청와대 국민청원 “장난이었다고 무마된다면, 피해 학생들 더 밖으로 얘기하지 않을 것”

경기 고양 일산동구의 한 빌딩 주차장 앞에서 대낮에 중학생 5명 무리에 둘러싸여 폭행을 당하는 남학생의 모습이 목격돼 온라인 공간에서 공분을 일으켰다.
피해 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친구들과 장난친 것’이라는 취지로 학교폭력(학폭) 의혹을 부인했지만, 경찰은 추가 수사를 예고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지난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한 오픈채팅방에 남학생 3명과 여학생 2명으로 된 중학생 무리가 한 남학생의 목을 조르는 등 집단 괴롭힘을 가하는 듯한 모습을 담은 16초짜리 영상이 게재됐다.
해당 영상에서 남학생 A군은 자신보다 덩치가 큰 남학생에게 목을 졸렸다. 또한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보이는 여학생은 A군의 성기를 만지는 듯한 행동을 했다.
주변의 다른 학생들은 A군이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고 제지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후 덩치 큰 남학생이 손을 놓자 A군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면서 영상이 끝난다.
해당 영상은 건너편에서 한 시민이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지구대 경찰관은 이날 오후 4시50분쯤 영상 촬영자로부터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 경위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피해 학생인 A군은 경찰에 ‘장난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고 그의 부모 역시 처벌 의사를 밝히지 않아 사건을 수사 부서로 인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상이 온라인 공간에 퍼지면서 누리꾼의 공분을 자아냈다. 대낮 시내 상가에서 버젓이 일어난 학폭 장면에 많은 이들이 충격을 금치 못했다. A군이 “친구들과 장난을 친 것”이라는 진술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많았다. 경찰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일산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14일 언론 인터뷰에서 “피해 학생 부모가 처벌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게 아니라, 해당 사안에 대해 확인 후 신고하겠다며 귀가한 것”고 설명했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한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한편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 중학생 10대 기절시키고 성기 만지는 집단괴롭힘’이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중학생을 키우는 학부모’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누가 봐도 집단 괴롭힘인 저 행동들이 도저히 장난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면서 “‘일산 중학생 기절 게임’이라고 불리는 집단 괴롭힘을 수사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
청원인은 “보복에 두려울 피해 학생이 ‘장난’이었다고 해서 (사건이) 무마된다면 실제 폭행을 당하거나 성희롱을 당하는 다른 학생들은 더 밖으로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진짜 피해인지 헤아려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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