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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여성의 청원 “친오빠에 성폭행 당했는데 아빠는 ‘오빠 한 번 안아달라’고…”

입력 : 2021-07-14 10:50:11 수정 : 2021-07-14 10: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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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 당하고도 가해자 오빠와 한집에 사는 사연
청원인 “부모는 오빠 편에서 사설 변호사 선임, 저는 국선 변호사와 재판 준비 중”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12일 ‘성폭행 피해자인 제가 가해자와 동거 중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청원인 A양은 서울의 한 ‘집’에서 살고 있는 19세 청소년이라고 자기 소개를 했다.

 

A양은 “저는 위에서 ‘집’ 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현재 저는 ‘집’에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친오빠에게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집 리모델링 공사할 때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그 성추행은 점점 이어지고 대담해져서 성폭행이 됐다”고 적었다.

 

그는 맞벌이 부모 밑에서 자라 친오빠와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냈고, 껴안는 스킨십이 많았고 했다. 또한 자신을 정서적으로 키워준 사람 역시 친오빠라고 했다.

 

그런데 그는 “(집)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던 당시 한 방에서 (오빠와) 같이 잠을 잤다. 그때 저는 잠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고 했다.

 

당시 오빠와 등 돌리고 자고 있었다는 A양은 잠결에 오빠가 자신의 신체를 만지는 추행을 감지했지만 조용히 계속 자는 척 했다고 했다. 이후에도 수십번 친오빠로부터 추행을 당했다는 게 A양의 주장이다.

 

A양은 결국 오빠로부터 성폭행까지 당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제가 기억하는 것은 저희 오빠와 제 관계에선 한 번도 콘돔 등의 피임도구를 쓰지 않았으며, 오빠와 같은 공간에 머무르게 돼 오빠와 있던 일이 떠올라 불편해서 방으로 피하고 들어갈 때면 오빠는 계속 제 방으로 따라 들어왔다”고 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A양은 방 문을 잠그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던 이유에 관해 “부모님이 방문 잠그는 걸 좋아하지 않아 방 문 손잡이가 없었던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A양은 재작년 여름 결국 친오빠를 고소했고, 현재 재판 중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청원을 제기하게 된 이유에 관해선 “수사가 진행 중이고, 검찰로 넘어간 상황에서도 오빠는 전혀 반성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A씨는 “올해 2월에도 오빠로부터 추행이 있었고, 제가 화를 내자 부모님은 오히려 저를 꾸짖었다. 답답한 제가 극단적 선택을 하려 하자 주양육자이신 아빠가 제 뺨을 2차례 내리쳤다. 그 후 저는 정신과에 입원했고 오빠와 접근 금지 처분이 내려졌다”고 가족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처지를 설명했다.

 

A양은 이후 부모님 동의로 집에 돌아오게 됐다고 했다.

 

그는 “내 스트레스를 알면서도 건드리는 오빠의 그런 점이 싫다고 말씀드리자 아빠는 ‘네가 오빠한테 살갑게 대하지 않아서 그렇다. 오빠 한 번 안아주고 그래라’라는 답만 돌아왔다”고 했다.

 

현재 A양은 부모가 가해자인 오빠 편에 서서 사설 변호사를 여럿 선임했으며, 자신은 국선 변호사 한 분과 재판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A씨는 “저는 아직 미성년자이기에 중요한 사안은 부모님에게 먼저 연락이 간다. 접근금지 신청이 됐지만 저는 왜 집에서 나가지 못하는 것이며, 나가면 어디로 가야 할까”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어 “더 이상 남매가 아닌 ‘피해자’와 ‘가해자’가 됐음에도 살가움을 요구하는 부모님 밑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걸까”라고 물으며 “사건이 공론화가 되지 않으면 처참하게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아 나가야하기에 마지막 시도라고 생각하고 청원을 올리게 됐다. 많은 분들께 공유가 되어 사건이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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