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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빛에 물드는 ‘블루 앤 화이트’… 원더풀! [박윤정의 칼리메라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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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18 07:00:00 수정 : 2021-07-14 20: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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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 산토리니

화산섬 산토리니 초승달 모양
깎아지른 절벽 위 하얀 집들
눈부신 햇살에도 아름답지만
섬끝 ‘이아마을’ 석양 풍경
또다른 아름다운 세상 펼쳐져

좁은 길 카페·선물가게 즐비
유적지 오랜 역사 뒤로하고
산토리니의 ‘현재’를 즐긴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남태평양 피지와 함께 세계 3대 일몰이라고 부르는 산토리니 해넘이. 해가 지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헤라클레스 배웅을 받으며 크루즈선은 떠날 준비를 서두른다. 크레타섬의 가장 큰 도시인 이라클리온 항구를 떠나는 배는 힘차게 바다를 가른다. 이라클리온은 헤라클레스의 도시라는 의미로 헤라클리온으로도 불리는데, 그리스신화에서 가장 힘이 센 영웅인 헤라클레스가 항구 이름으로 새겨져 아버지 제우스 고향을 지키는 듯하다. 4000년 전, 크레타 문명이 가장 번영했던 시기 미노스왕의 부탁으로 황소를 때려잡은 것을 기념하여 세워졌다는 이야기가 담긴 도시를 뒤로하고 과거 시간 여행에서 조금씩 벗어난다.

크루즈는 그리스 가장 남쪽에서 아테네를 바라보며 북쪽으로 나아간다. 영웅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르스를 물리치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와 같은 뱃길이지만, 과거 아테네로 향하는 긴 항해는 오늘날 쾌속선으로 7시간 정도 걸린다. 이동하는 시간은 짧아졌지만 변함없이 그 길에는 아름다운 섬들 중 하나인 산토리니가 있다. 기원전 1400년경 크레타 문명 멸망에 산토리니 화산 폭발 영향이 있듯이 크레타와 산토리니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다. 화산섬 산토리니는 여러 번의 폭발이 있었고 그 영향으로 지금과 같은 초승달 모양이 되었다고 한다. 배는 서서히 초승달의 품안으로 들어선다. 절벽 위, 하얀 점들이 점점 집의 형체로 눈앞에 들어온다.

산토리니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마을로 이동한다. 절벽을 오르는 길은 험하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지그재그를 수차례 반복한다. 멀미로 메스꺼움이 오르려는 찰나, 버스는 드디어 절벽 위에 올라선다. 좌우로 지중해 바다가 펼쳐진 평탄한 길이 곧게 뻗어 있다. 절벽 반대편 지형인 평지는 완만한 경사를 이룬다.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곳으로 오르는 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 놀랍기만 하다. 버스는 섬 북쪽 끝을 향해 달린다. 다양한 섬 분위기를 즐기며 신비로운 풍광에 시선이 사로잡혀 시간이 흐른 줄도 몰랐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온 몸을 버스에서 흔들며 오른 지 1시간, 드디어 ‘이아’마을이다. 일반적으로 산토리니 섬을 대표하는 마을은 항구에서 가까운 섬 중앙에 위치하는 ‘피라’와 섬 끝에 자리한 ‘이아’이다. 어렵게 절벽을 따라 오르고 피라마을을 지나 도착한 곳, 해넘이의 성지 이아마을! 해지는 광경을 맞이하기 위하여 저녁 무렵이면 많은 사람이 섬 끝으로 몰려든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를 보기 위한 행렬처럼 엄청난 인파다. 크레타를 비롯하여 앞서 다녀온 다른 그리스 섬에서 만난 관광객 규모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골목골목을 채우고 있다. 음료수 광고로 낯설지 않은 산토리니는 우리에게만 유명한 곳이 아니었나 보다. 섬은 이렇게 전 세계 관광객들을 힘겹게 이고 있다.

이아마을. 하얀색 벽과 파란 지붕이 어우러진 좁은 길을 따라가면 일몰을 보기 위해 모여 있는 수많은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다.

하얀색 벽과 파란 지붕이 어우러진 좁은 길을 걷는다. 이아마을의 중심 도로조차 한 줄로 오갈 수 있을 정도다. 예쁜 상점과 카페가 눈길을 이끈다. 주변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길을 막고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지중해 푸른 배경이 펼쳐진 그림 같은 엽서 사진을 담을 수 있는 몇몇 포토존이라 소개된 장소는 사람들이 늘어서 있다. 붐비는 사람들을 벗어나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계단을 따라 오르내린다. 사진에 담기 위한 아름다운 장소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좁은 길을 걸으며 이리저리 헤매다 지친 피곤함을 덜기 위해 카페에 앉는다. 시원한 화이트 와인 한 잔 한 모금으로 열기를 식힌다. 수천년 역사 유적을 돌아본 지금까지와는 다른 여행이다. 과거보다 오늘날의 산토리니를 즐겼다. 유적지 방문은 잠시 접어두고 정신없이 카메라를 들이댄 한나절! 산토리니 오랜 역사를 뒤로하고 신이 내린 자연 앞에서 잠시 생각을 닫는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섬 끝에 자리 잡고 노을을 기다리는 수많은 관광객의 기대에 찬 호흡이다. 크루즈 일정으로 해가 지기 전에 이아마을을 떠나야 하는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애써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 버스에 오른다. 창밖 풍경은 아쉬움을 달래는 듯 붉게 물들어 가는 하늘로 가득 채운다. 버스는 절벽을 내려가고 태양은 물들이는 하늘을 벗어나 바다 아래로 서서히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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