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집을 사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26년 동안 월급을 모아야 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지난해보다 무려 7년이 늘었다.
11일 글로벌 도시 통계정보 제공 사이트 ‘넘베오(NUMBEO)’가 지난 9일 공개한 ‘삶의 질 지표, 2021년 중반 집계’ 가운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을 보면 한국은 90㎡(27평) 주택 기준 26.08로 전체 83개국 가운데 8위를 기록했다.
PIR은 주택가격을 가구당 연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연 소득을 모두 모을 경우 주택을 사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PIR이 10이라는 것은 10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소득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넘베오의 지난해 중반 집계에서 한국의 PIR은 19.41을 기록해 82개국 가운데 13위를 기록했는데, 1년 만에 6.67 포인트가 늘고 순위도 5단계나 뛰었다. 지난해 한국에서 집을 사기 위해 소득을 모두 모으면 19년이 걸렸다면, 올해는 26년이 걸리는 셈이다. 그만큼 한국의 집값이 올랐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보다 PIR가 높은 국가는 홍콩(45.71), 스리랑카(38.56), 이란(34.87), 필리핀(30.20), 중국(27.89), 케냐(27.05), 아르헨티나(26.37) 순이었다. 싱가포르(17.63, 16위), 일본(11.59, 39위), 프랑스(10.04, 50위), 영국(9.46, 55위), 독일(8.88, 58위), 이탈리아(8.76, 59위) 등이 뒤를 이었다.

넘베오 통계는 사이트 이용자들이 직접 자신의 국가와 도시, 통계치 등을 입력하고 그 결과를 통계로 내놓는 방식이고, 다양한 국가 상황을 뭉뚱그려 하나의 통계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신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지만 실물 경제 지표에 대한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해 전 세계적으로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유력 언론매체, 연구자에게 자주 인용된다.
이날 넘베오가 공개한 삶의 질 지표에서 우리나라는 124.73을 기록해 83개국 가운데 45위를 기록했다. 1년 전 집계에서 136.27을 기록해 82개국 가운데 37위를 기록했는데, 1년 만에 8계단이나 순위가 떨어졌다.
삶의 질 지표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한국은 구매력 부문에선 24위, 안전 부문에선 17위를 기록했다. 의료 부문에선 타이완에 이어 2위를 기록해 최상위 그룹에 속했다. 생활비 부문은 14위로 높았고, 출퇴근 시간도 63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