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액 테러’를 성범죄가 아닌 재물손괴죄로 기소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을 공분케 하고 있다.
지난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독서실에서 체액 테러를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피의자와 3년간 같은 독서실을 이용하는 취업준비생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가해자인 독서실 총무는 제가 독서실에 놔두고 다니는 담요를 화장실로 가지고 가 음란행위를 하고 체액을 묻혔다”며 “내가 항상 접어두는 방향으로 접어 내 자리에 다시 가져다 놨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이 같은 범행을 처음 알게 된 글쓴이는 “가해자는 성범죄가 아닌 고작 재물손괴죄와 방실침입죄로 기소가 됐다”면서 “겨우 약식으로 벌금형을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그 이유는 내 상황에 맞는 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나와 비슷한 사건인 대학교 운동화 체액 테러, 텀블러 체액 테러 모두 벌금형을 받았더라”며 “나는 글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억울함과 무력감, 분노, 자괴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다 겪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민사소송이라도 걸려고 했지만 변호사 말로는 재물손괴로 보상을 받아봤자 피해당한 담요와 재킷값, 다 더해도 10만원도 안 되는 금액 정도밖에 보상받지 못한다더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 법이 참 가해자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글쓴이는 “가해자는 얼마 되지 않는 벌금형을 받고 개명도 했다. 새 출발을 하려는 것 같다”며 “가해자와 같은 동네에 사는 나는 망연자실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018년에도 부산교대에서 한 여학생이 잠시 가방과 학습지 등을 올려두자 남성이 몰래 정액을 뿌리고 도망간 사건이 있었다. 2019년 동국대에서도 여학생 신발에 정액을 넣은 사건이 발생했고, 피의자들은 모두 재물손괴죄로 벌금형에 그쳤다.
이 같은 테러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가운데, 피해자들은 “또 그런 일이 일어날까 두렵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벌금형에 그쳤기에 언제든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의 곁에서 살아갈 수 있기 때문. 이러한 맥락으로 볼 때 실질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성범죄’가 아닌 ‘재물손괴’로 보고 있는 법안에 대해 사회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부 네티즌들은 “잠재적 성범죄자로 발전할 수 있음에도 법이 이를 방관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그렇다면 정액 테러는 왜 재물손괴에 해당할까.
지난 2020년 경남 김해에서는 한 남성이 여성의 등 뒤에 ‘흰색의 점액질로 된 액체’를 뿌리고 갔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연유와 계란이 섞인 ‘가짜 정액’으로 판명했으나 피의자는 강제추행 혐의가 적용돼 검찰에 넘겨졌다.
즉,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신체 접촉이어야만 강제추행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더욱 세밀하게 제세할 수 있는 실효성 높은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보상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스토킹 처벌법’에 정액 테러를 포함해 강도 높게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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