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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니스트 김홍박 “호른의 매력은 오케스트라를 감싸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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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04 12:00:00 수정 : 2021-07-04 1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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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악기가 어울리는 오케스트라에서도 부드럽게 감싸는 소리로 전체를 아우른다. 그러면서도 필요할 때는 호쾌하게 치고 나가는 존재감은 발군이다. 그래서 작곡가 슈만은 “오케스트라의 영혼”이라고 호른을 추켜올렸다. 한때 ‘금관악기의 불모지’라는 얘기까지 나왔던 국내 클래식 무대에서 모처럼 호른 연주회가 열린다. 오슬로 필하모닉 호른 수석 김홍박이 주인공이다.  “호른의 매력은 오케스트라를 감싸는 소리라고 할 수 있어요. 브라스처럼 강렬하거나 목관처럼 부드러운 다양한 음색이 모인 오케스트라 전체를 연결하는 악기라고 생각합니다.”

 

오슬로에서 귀국해 자가격리 중인 김홍박은 오는 12일 광주에서 열리는 독주회를 시작으로 15일 춘천시향과 협연,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19일 신영체임버홀 공연에 이어 다시 25일부터 평창 대관령음악제에도 참여한다. 그는 1일 세계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오케스트라 전체를 연결하고 감싸는 역할을 하는 악기”라고 호른의 매력을 설명했다.

 

‘컬러스’라는 주제로 3년만에 열리는 이번 독주회 프로그램을 김홍박은 호른이 가진 매력을 보여 줄 수 있는 곡들로 채웠다. 호른의 따스하고도 웅장한 음색이 돋보이는 낭만음악 드레제케의 ‘로만체’, 외겐 보자의 ‘정상에서’, 호른으로 어떤 기교와 효과들이 가능한지를 보여줄 키르히너의 ‘세 개의 시’, 호른 명레퍼토리로 손꼽아지는 비녜리의 소나타, 슈트라우스의 ‘고별’, 현대음악임에도 오묘한 고전미가 돋보이는 힌데미트의 소나타 등이다.

“호른 독주회가 굉장히 귀해요. 또 체력적으로 한 시간 넘게 금관악기 독주회를 한다는 게 사실 많이 힘들어요. 그래도 감사하게 독주회를 하게 되었으니 호른이 가진 다양한 매력을 어떻게 보여드릴까 고민했습니다.” 다양한 기법이 녹아든 다양한 소리를 색으로 표현할 수 있는 곡을 모으다 보니 전체 여섯 곡 중 네 곡이 현대곡이 됐다고 한다.

 

사실 호른은 가장 오래된 악기이면서 연주하기 가장 어려운 악기로도 손꼽힌다. 실력 있는 연주자라도 미스톤, 즉 ‘삑사리’가 종종 날 정도다. “긴장하게 되면 가장 먼저 호흡이 떨리잖아요. 호흡으로 소리를 내는 악기는 압박감을 느끼거나 호흡에 조금만 변화가 생겨도 음이탈이 나기 쉽죠. 특히 호른은 금관악기 중 가장 음역이 넓은데 마우스피스 구멍은 제일 작아서 그만큼 더 예민할 수밖에 없죠.”

 

그만큼 연주가 어렵지만 연주자의 해석이나 감정에 따라 일으킬 수 있는 변화도 큰 악기다. 김홍박은 “그렇게 조그만 호흡의 변화에도 쉽게 다른 음이 날 수 있지만 연주자 감정이 어떠냐에 따라 확확 반응하는 악기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양대 교수로 호른 전공자들을 가르쳤던 적도 있는 그는 그래서 동경하는 연주자 소리를 쫓아가는 것보다 자기 소리를 가꿔나가고 편안하게 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늘 강조했다.

7월 1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컬러스’라는 주제로 리사이틀을 여는 호르니스트 김홍박. 목프로덕션 제공

‘한국은 금관악기의 불모지대’도 이젠 옛이야기라는 게 김홍박 생각이다. “우리나라에선 워낙에 피아노 역사가 제일 깊고 그 다음이 바이올린일텐데 금관악기 전공자가 많아진 건 얼마 되지 않아요. 이전 세대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에 도전해서 좋은 결과를 낸 분들이 많아졌고 제 다음 세대는 잘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요. 해외 콩쿠르에서 입상한 금관악기 연주자도 많고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았지만 외국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도 많습니다.”

 

올 초 타계한 마리스 얀손스가 무려 20년 동안 이끌며 전성기를 만들었던 명문악단 오슬로 필하모닉에 김홍박이 합류한 건 2015년.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만나면서 2007년도에 자리 잡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을 2010년 박차고 나와 유럽에서 학업과 함께 연주 경력을 이어간 끝이다. 오슬로 필하모닉에 대해 김홍박은 “단원 개개인이 주인의식이 강하고 굉장히 민주적”이라고 소개했다. 커피머신 기종까지 모여 논의할 정도로 회의가 많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젊은 거장’으로 주목받는 1996년생 클라우스 마켈라가 이끌고 있는데 원래 지난 6월 내한공연하려다 코로나 대유행 때문에 취소됐다.

 

마켈라에 대해 김홍박은 “지휘를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음악세계가)굉장히 깊다”고 말했다. “그 젊은 나이에 오케스트라를 이끌어가는 카리스마가 너무 대단해요. 오륙십대 단원에도 계속 다시 연주해달라고 주문하는데 전혀 거침이 없어요. (젊은 마에스트로 지휘로)다들 너무 집중하면서 내면의 음악을 끌어내고 있어요. 이번에 녹음 작업도 했는데 앨범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다 괜찮은 것 같아요”

 

김홍박은 이번 고국 방문에서 독주회에 이어 친정 격인 서울시향 무대에도 객원으로 올라간다. 지난해 한번 거른 평창 대관령 음악제 참여는 더욱 각별하다. ‘외국에서 활약하는 젊은 연주자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화음을 만든다’는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에 대해 그는 “ ‘이 훌륭한 연주자들이 어떻게 다 모일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운 악단”이라며 음악제 예술감독인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오케스트라 매니저인 플루티스트 조성현에게 그 공을 돌렸다. “처음 모였을 때는 서로 긴장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친해지니까 편하게 연주하죠. 지휘자 없이 악장 위주로 하는 연주도 많아졌는데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엄청나요. 너무 재미있는 경험인데 그만큼 보람되고 의미 있는 시간이니 다 비워놓고 해마다 여름이면 모이게 돼요. 다 손 감독 능력 덕분이죠.”

3년만에 국내 리사이틀을 여는 호르니스트 김홍박. 열네살때부터 호른을 배웠는데 연주의 어려움을 조금씩 해결하고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고 좋은 선생님을 만나면서 포기하지 않고 연주자의 길을 걷게 됐다고 한다. 목프로덕션 제공

호르니스트와 인터뷰 마지막은 클래식계의 흔한 악기 농담과 연주자 이야기로 이어졌다. “악기 조크 무척 웃긴 게 많은데 ‘호른 연주자가 천국을 제일 많이 간다’고 해요. 이유가 하도 많이 틀려서 기도를 많이 하니까 하나님이 천국에 보내주신다네요. 하하하.”

 

김홍박은 “호른하는 사람들이 악기처럼 성격도 둥글둥글하다는데 어느 정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주자끼리)잘 뭉치는 악기가 있는데 호른이 그렇습니다. 한국이나 외국이나 마찬가지죠. 여러 오케스트라를 겪었는데 성격이 둥글둥글해서 같이 있어도 스트레스가 없어요. 지금 우리 호른 섹션도 너무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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