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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명옥헌 원림에 서서 붉은 배롱나무를 보다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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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04 09:00:00 수정 : 2021-07-03 17:5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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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으로 떠나는 싱그러운 여름여행 / 담양 명옥헌 원림 7월말쯤 농염한 진분홍 배롱나무꽃 활짝 / 섬 전체가 꽃밭 남해도 섬이정원엔 라벤더와 데이지 가득 / 성주 가야산야생화식물원·성밖숲은 야생화 천국

 

명옥헌 배롱나무

정자에 앉는다. 비 온 뒤 장쾌하고 거침없이 흐르는 계곡 물. 굽이굽이 흐르다 바위를 만나면 소리꾼 노랫가락처럼 청아한 소리를 쏟아낸다. 울창한 여름숲 사이를 어렵게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 덕분에 타는 듯 진분홍 꽃잎은 더욱 선명하다. 370년 가까운 세월 켜켜이 쌓인 고즈넉한 담양 명옥헌에 농염한 배롱나무꽃 활짝 피자 정원은 온통 화려한 진분홍으로 물든다.

 

명옥헌 배롱나무

#담양 명옥헌 원림에 서서 배롱나무꽃을 보다

 

초록초록한 대나무와 메타세쿼이아의 고장 담양은 여름이 가장 화려하다. 7월 말이면 곳곳에서 배롱나무꽃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수줍은 듯, 농염한 듯 진분홍으로 피는 배롱나무꽃은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을 송두리째 뺏길 정도로 아찔하다. 담양에서도 고서면 후산길 명옥헌 원림이 압권이다. 산수화처럼 들어앉은 운치 있는 정자와 하늘을 향해 고고하게 뻗어 올라간 소나무, 수령 100년이 넘은 배롱나무 20여그루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정자 앞 연못에 데칼코마니처럼 담겨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배롱나무는 이름이 다양하다. 7월 말쯤 피기 시작해 10월 말쯤까지 100일 동안 핀다고 해서 ‘백일홍’으로 불린다. 매끈한 몸매가 독특하며 나무를 간지럽히면 잔가지가 파르르 떨리기에 ‘간지럼나무’라는 이름도 얻었다. 농부들이 배롱나무꽃이 질 때쯤 새로 수확한 쌀밥을 먹을 수 있어 ‘쌀밥나무’로도 불렸다. 스님들이 수양하는 산사와 서원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100일 동안 마음을 정화하고 학문을 갈고닦으라는 뜻으로 배롱나무를 심기도 했단다.

 

명옥헌

명옥헌 원림은 담양 소쇄원과 함께 조선시대 아름다운 민간정원의 백미로 꼽힌다. 당시 형태가 잘 남아있기 때문이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아담한 정자에 오르면 ‘삼고(三顧)’라고 적힌 편액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연이 있다. 광해군 시절 어지러운 세상이라 벼슬을 멀리한 선비 오희도는 ‘세속을 잊고 사는 집’이라는 뜻으로 ‘망재(忘齋)’라는 서재를 지었다.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오희도를 중용하기 위해 세 차례 찾아왔지만 그는 연로하신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며 이를 고사했다. 오희도는 인조반정 후 문과에 급제했지만 그만 1년 만에 천연두에 걸려 41살 나이에 죽고 만다. 30년 뒤인 1652년쯤에 넷째 아들 오명중이 떠난 아비를 그리며 명옥헌을 짓고 배롱나무, 느티나무, 오동나무를 심었고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아름드리나무가 가득한 아름다운 정원이 됐다.

 

명옥헌 삼고 편액

자연을 잘 담은 정원이다. 정원 옆의 계곡 물은 명옥헌 뒤 작은 연못을 먼저 채운 뒤 흘러내려 다시 앞의 큰 연못에 담긴다. 계곡 물소리가 옥이 부딪히는 소리처럼 청아해 ‘명옥헌(鳴玉軒)’이란 이름을 얻었다. 위쪽 연못 주변 암반에 ‘명옥헌 계축’(鳴玉軒 癸丑)’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우암 송시열의 글씨로 전해진다. 인근 후산마을의 높이 30m 은행나무는 인조가 왔을 때 말을 묶어둔 나무로 ‘인조대왕 계마행(仁祖大王 繫馬杏)’으로 불린다.

 

섬이정원 물고기정원

#섬 전체가 꽃밭 남해도 섬이정원

 

경남 남해군 남면 남면로 다랭이마을에서 유구마을을 지나 평산항까지 이어지는 남해바래길 다랭이지겟길을 따라가다 보면 유구마을 언덕에 섬이정원이 자리 잡고 있다. 조선 중종 때 학자 김구가 남해도로 유배된 뒤, 섬의 수려함과 풍류에 반해 ‘화전별곡(花田別曲)’을 썼을 정도로 남해도는 섬 전역에 꽃이 흔하게 핀다. 섬이정원은 비탈진 경사면을 개간해 계단식으로 조성한 다랑논을 돌담과 어우러지는 정원으로 꾸며 남해의 꽃들을 담았다. 자동차 한 대가 지날 정도로 좁은 비포장길을 20분 걸으면 비밀스러운 정원이 등장한다. 7년 정도 꾸며 2016년 문을 연 정원은 1만5000㎡로 400여종이 자란다. 마늘이 자라던 다랑논은 이제 수선화, 꽃창포, 물망초, 금계국, 목마가렛, 수국, 세이지, 동백꽃 등으로 가득 피고 진다. 정원 곳곳이 작은 연못과 분수로 꾸며졌고 높낮이를 달리하는 9개 다랑논 정원 사이에는 나무를 심었다.

 

섬이정원 목마가렛

라벤더와 데이지가 핀 하늘연못정원이 가장 인기 있다. 직사각형 연못 끝자락에서 서면 정원, 연못, 바다, 하늘이 모두 담기는 근사한 사진을 얻을 수 있어 남해의 포토존으로 입소문 났다. 모네의뜰, 숨바꼭질정원은 유럽풍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리스 산토리니의 골목을 닮은 하늘호수에서는 남해가 펼쳐지고 홍가시나무로 단장한 물고기정원은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비늘 모양이 또렷하다. 비덴스, 물망초, 천인국, 꼬리풀, 디기탈리스, 블루블랙세이지 등이 먼저 피고 수국, 에키네시아, 루드베키아 등이 따르며 여름정원을 수놓는다.

 

가야산야생화식물원

#야생화 천국 성주 가야산야생화식물원·성밖숲

 

경북 성주군 수륜면 가야산야생화식물원은 ‘야생화의 보고’ 가야산의 꽃들을 잘 담았다. 야외전시원은 아름다운 가야산을 배경으로 야생화학습원, 관목원, 국화원, 숙근초원, 가야산자생식물원으로 꾸며졌고 야생화 500여종이 여행자들을 반긴다. 나무데크와 황톳길이 잘 조성돼 산책하듯 편하게 둘러볼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야외 전시원 산책로에서 구름다리를 건너 옥상 전망대에 오르면 식물원 뒤로 웅장하게 펼쳐진 가야산 능선이 장관이다.

 

성밖숲 맥문동

경북 성주군과 경남 합천군에 걸쳐 있는 가야산은 코끼리바위, 돌고래바위, 두꺼비바위 등 만물상이 유명하다. 전망대 중앙에는 이런 만물상이 축소 모형으로 조성됐는데 바위, 나무, 계단까지 고스란히 담겼다. 온실에서는 난대 수종인 호랑가시나무, 붓순나무, 생달나무를 비롯해 문주란, 새우난초 등 나무와 야생화 120여종이 자란다. 성주 경산리 성밖숲은 조선 시대에 성주읍성 서문 밖에 조성한 인공림으로 왕버들 50여그루가 장관이다. 7∼8월에는 왕버들 나무 아래 심은 맥문동이 활짝 피면서 온통 보랏빛으로 물든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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