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침투에 안티드론 기술 선봬
화학테러 땐 특공대 투입 ‘제독’

“쾅!”
29일 오후 2시쯤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서문 주차장에 굉음과 함께 무언가 폭발했다. 주변에 있던 시민 두 명이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폭발음을 감지한 경찰이 출동했다. 현장 상황을 파악한 경찰은 구급차를 불러 부상자를 이송하는 한편 폭탄 테러를 의심해 추가 병력 지원을 요청했다. 인근에 주차된 차량 내부에서 또 다른 폭발물이 발견되자 40㎏짜리 방폭복을 입은 폭발물처리반(EOD) 대원들이 나서 폭발물 제거 작업에 착수했다. 그런 와중에 현장에는 경찰과 소방, 특공대가 모인 긴급현장상황반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실제 상황은 아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드론테러 대응역량 강화를 위한 현장지휘관 교육 및 유관기관 합동훈련’을 개최했다. 서울경찰청이 행사를 주관하고, 수방사·소방·환경청·한세대 등 민관군 6개 기관이 참여해 테러 발생 상황에서의 협조체계를 점검하고 대테러 훈련 시범을 선보였다. 특히 이번 훈련은 최근 새로운 테러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는 드론 관련 전문 교육 및 대응에 초점이 맞춰졌다.
폭발물 제거 작업이 완료되자 곧 테러에 사용된 드론 제거 작전이 시작됐다. 특공대 전술팀이 현장을 비행 중인 드론 3대를 향해 재밍건(Jamming Gun)을 발사했다. ‘재밍’은 전파교란을 일으키는 ‘안티드론’ 기술로, 공중 침투하는 무인항공기의 침입을 막는 용도로 쓰인다. 재밍건을 맞은 드론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낙하하거나 제자리를 맴도는 움직임을 보이며 무력화됐다.
드론을 이용한 화학테러 대비 훈련도 이뤄졌다. 드론 중 한 대가 독성화학물질을 내뿜으며 하강하자 특공대 화생방팀과 환경청 119 등은 화학물질을 탐지하고 제독작업을 실시했다. 여기엔 수방사가 지원한 특수차량이 동원돼 화학테러가 발생한 지역을 제독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번 교육과 훈련에서 논의된 사항을 향후 치안정책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면서 테러 등 각종 범죄 정보를 공유하고 위기상황 발생 시 공동대응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