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8년 하셔야죠’ 권유에 흐뭇해져

1942년생으로 내년이면 80세가 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임 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그가 2024년 대선에 출마해 또 당선되면 86세까지 대통령 자리를 지키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당시 나이(79세)로 이미 미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의 기록을 세운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방미 중인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두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에 돌입하기 전 잠시 기자들과 만나 모두발언을 하고 문답도 나눴다. 이스라엘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7년 단임제다. 2014년 취임한 리블린 대통령은 다음달 7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날 예정이다.
바로 이 점을 거론하며 바이든 대통령은 그의 임기가 곧 끝나게 돼 안타깝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그러자 리블린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위해 7년이면 충분하다”고 화답했다. 이어 “미국인들을 위해선 대통령 임기가 8년이 될 수 있어 이스라엘보다는 좀 더 길다(For the Americans, eight years could be - a little bit longer)”고 농담처럼 덧붙였다.
미국은 헌법에 따라 대통령 임기가 4년이고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해 재선에 성공하면 8년간 재임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을 상기시키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2024년 대선에서 꼭 다시 당선돼 8년 임기를 채워라’라는 의미의 덕담을 건넨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크게 만족한 듯 환하게 웃었다. 리블린 대통령은 “7년간 대통령으로 지낸 것은 참으로 좋은 경험이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제가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20일 취임해 5개월 좀 넘게 재직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 말은 곧 ‘대통령직은 참으로 좋은 자리이니 꼭 8년을 채워라’라는 뜻으로 들렸을 법하다. 역시나 바이든 대통령은 기분이 무척 좋은 듯 웃음을 터뜨렸다.

일각에선 여당인 민주당이 2024년 대선에서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 대신 아직 50대로 젊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울 것이란 관측을 제기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오르다가 넘어지거나 연설 도중 실언을 하는 등 고령에 따른 약점을 여러 차례 드러내왔다.
하지만 정작 바이든 대통령 본인은 연임 의지가 확고하다. 지난 3월 그는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2024년 재선 출마 의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 내 계획은 재선에 출마하는 것이고 그것이 나의 기대”라고 답했다. 역대 최고령 취임에 연임 도전이 불가능할 것이란 세간의 예측을 일축한 셈이다.
지난해 11·3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져 물러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백악관을 되찾고 미국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언론은 2024년 그가 공화당 후보로 대선에 도전할 것임을 공식화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이것이 성사되면 2024년 대선은 2020년 대선에 이어 바이든·트럼프 두 사람의 ‘리턴매치’가 될 전망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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