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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아트페어 열리는 서울, ‘아시아 미술 허브’ 꿈꾼다 [이슈 속으로]

입력 : 2021-07-03 14:00:00 수정 : 2021-07-03 09: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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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키아프’ 내년 공동개최

2022년 9월 2일 코엑스서 개막
국제 미술시장 막강한 영향력 ‘프리즈’
韓 첫 글로벌 아트페어 ‘키아프’ 손잡아

프리즈, 亞 진출 교두보 마련
교통·물류·숙박 인프라 좋고 치안 우수
일본과 달리 미술품 거래세 없어 유리

국내 미술시장 도약 시험대
정상급 작가·갤러리 등 큰손들 몰려와
단색화 작품 편중 등 해결과제도 많아
프리즈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피악(FIAC)’, 스위스 바젤에서 시작돼 홍콩, 마이애미 등 세계적인 도시들에서 열리는 ‘아트바젤’ 등과 함께 세계 현대미술과 국제 미술시장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명문 아트페어다.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프리즈 모습. 한국화랑협회 제공

“한국 미술시장에 엄청난 유성이 떨어진 거다.”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FRIEZE)가 내년 9월 2일 최초로 서울에서 열린다. 한국화랑협회가 진행하는 키아프(KIAF)와 공동개최 형태다. 화랑가의 한 관계자는 프리즈 공동개최를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국 미술시장의 미래가 여기에 있을 수도 있다. 계약기간 5년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머리 터지게 움직여야 할 시간”이라고 했다.

◆프리즈란?

미술계가 프리즈 공동개최 준비로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만큼 엄청난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사건이자 한국 미술시장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시험대이기도 해서다.

프리즈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피악(FIAC)’, 스위스 바젤에서 시작돼 홍콩, 마이애미 등 세계적인 도시들에서 열리는 ‘아트바젤’ 등과 함께 세계 현대미술과 국제 미술시장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명문 아트페어다. 2003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뒤 영국 유력 화랑들이 참여하며 급성장했다. 2012년엔 미국에 진출해 ‘프리즈 뉴욕’을 시작했고 2019년 ‘프리즈 로스앤젤레스’도 개최하기 시작했다.

키아프는 한국화랑협회가 2002년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 국제 아트페어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 미술시장을 이끌어온 중심축이다. 그렇게 성년을 앞둔 키아프가 획기적 사건을 맞았다. 2019년 아시아 진출을 모색하던 프리즈가 화랑협회에 먼저 공동개최를 제안해온 것이다.

당시 ‘프리즈 런던’이 열리고 있을 때, 여기에 참여하고 있던 한 한국 메이저 갤러리 부스로 프리즈 측 인사가 직접 찾아왔다고 한다. 이후 MOU 체결, 본계약 체결까지 진행은 일사천리였다. 처음엔 “준비에 5년은 걸릴 거다. 과연 그렇게 빨리 성사가 되겠느냐”며 회의적인 말을 하는 관전평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선입견을 깨고, 양측은 빠른 속도로 계약을 완료했다. 2022년 9월 2일이라는 디데이까지 잡았고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전관을 통째로 쓰기로 했다.

키아프는 세계 톱급 아트페어 프리즈와 ‘공동개최’라는 타이틀로 위상이 올라가게 됐고, 프리즈는 키아프의 노하우를 받아 성공적인 아시아 진출을 꾀하게 됐다.

2019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프리즈 모습.

◆왜 서울인가

프리즈가 서울을 선택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미술계에서는 그간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가 됐던 홍콩이 정치적으로 극도로 불안정해지면서 서울이 대안으로 부상했다고 보기도 한다. 일본에 있는 미술품 거래세가 한국에는 없는 것도 결정적인 장점이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각국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던 와중에 한국경제가 선방하고 있는 것을 주목했을 거라고도 본다. 지리적 이점이 있고 물류, 교통, 숙박시설 등 인프라와 치안도 좋다.

프리즈의 보드 디렉터인 빅토리아 시달은 지난달 한국화랑협회를 통해 밝힌 소감에서 “서울은 훌륭한 작가, 갤러리, 미술관 및 컬렉션들이 있어 프리즈를 개최하기에 완벽한 도시다. 한국화랑협회와 함께 전 세계 갤러리를 한데 모아 서울이 활기찬 예술의 현장임을 확인하고 놓칠 수 없는 특별한 한 주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미술시장은 최근 미술애호가인 케이팝 스타들이 대중에 미친 효과, 시중 유동자금 유입, MZ세대 신규 컬렉터 진입으로 10여 년 만에 훈풍이 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이유들에 주목한 해외 유력 화랑들이 최근 하나둘씩 서울에 분점을 내고 있기도 하다.

한 미술계 인사는 “한국 미술시장은 완전 성장기에 접어들었고, 동시에 과도기에 있다”며 “외국 화랑들이 한국에서 실컷 팔아먹고 장난을 치든 도망을 가든 이제는 우리가 한번은 겪어야 할 일을 마주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키아프가 열리고 있는 모습.

◆긍정 효과 기대

연례행사가 될 ‘프리즈 서울·키아프 공동 아트페어’가 줄 긍정효과를 생각하면 미술계가 고무될 만하다. 트렌드를 보여주는 현장이자 최상의 미술품이 거래되는 세계 톱 아트페어에는 동시대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갤러리, 전문가, 컬렉터들이 몰려온다. 이들을 상대로 각종 홍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기업들도 시선을 집중한다.

‘프리즈 런던’, ‘프리즈 뉴욕’에 이은 ‘프리즈 서울’이라는 고유명사가 생기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2013년 아트바젤의 홍콩 진출 이래로 9년 만에 세계적 아트페어가 아시아 진출을 하는 것이다. 세계적 도시로서 서울의 위상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서울이 아시아 미술의 허브가 될 수도 있다는 꿈같은 얘기가 현실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연 5000억원 규모에 불과한 한국 미술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데에도 토종 아트페어를 이끌어온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어 보인다.

변원경 아트부산 대표는 “프리즈가 안정적으로 첫해 아트페어를 개최하게 되면 해외갤러리들의 한국지점이 20∼30개로 늘어날 것”이라며 “본격적으로 갤러리들이 들어와 시장을 만들어놔야 한국 미술시장이 커지고 더욱 주목을 받게 된다”고 내다봤다. 장원철 어반브레이크 대표도 “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중요하다. 기회가 생긴다는 의미이고 경제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제도 산적

중요한 것은 서울이 밥상만 차려주고 마는 것이 아니라 한국 미술시장이 질적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인데, 과제가 만만치 않다.

특히 한국미술시장의 주력 상품이 10년 전 유행한 단색화 작품들에 매몰돼 있는 것은 다양성 부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국내 아트페어 현장에 가보면 평소 개성있는 젊은 작가들을 발굴해 시장에 내놓던 갤러리들도 어울리지 않게 김창열의 물방울 작품을 하나쯤 걸어놓는데, “우리도 물방울이 있는 갤러리라는 걸 보여주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한국이 세계에 내놓을 콘텐츠가 있냐고 물으면 모두 입을 다물 것”이라며 “단색화도 화랑들이 공을 들여 띄운 것이지 개념 연구, 미학적 정립이 아직도 확실히 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원인은 미술시장 전체에 걸쳐 있다. 우선 오직 투자의 관점에서 당장 돈이 되는 단색화와 외국작가 작품만 찾는 컬렉터, 시대를 대변하고 담론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미술관, 대중화되지 못한 미술 관람 향유 문화, 이를 뒷받침할 교육 부재까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현장에서는 우선 컬렉터들이 한국 작가들 작품에 관심을 갖고 애정을 보여줘야 ‘포스트 단색화’, 또는 백남준, 이우환에 이은 차세대 스타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적 경쟁을 하게 된 아트페어들이 단순한 장터를 넘어 새로운 미술 경험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 대표는 “특정 갤러리, 인기 작가, 빅 컬렉터 중심이 아닌 대중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MZ세대에게 미술 콘텐츠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줘야 한다”고 했다.

홍 평론가는 “시장이 커갈수록 시장에서의 양적인 성장 외에, 질적인 성장도 균형있게 발전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며 “비엔날레는 쪼그라들고 미술관은 어떤 담론을 생산하고 목소리를 내는지 기억이 안 나는 현실에서는 결국 세계에 내놓을 우리만의 콘텐츠를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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