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이메일 인증 통해서 가입
검색 제약 없어 초등생 무방비 노출
그놈들은 ‘놀이’인 척 접근해 범행
업체는 범죄 온상 돼도 ‘수수방관’
전문가 “플랫폼, 예방대책 구축
아이들에게 위험성 주지시켜야”

미성년자를 성추행하고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최찬욱(26)이 범행동기로 언급한 ‘노예 놀이’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청소년뿐 아니라 초등학생들도 쉽게 검색하고 가담할 수 있어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크지만 별다른 제지도, 제재도 없는 현실이다.
인터넷 검색사이트를 통해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키워드 ‘노예 놀이’는 주로 트위터를 통해서 이뤄지는 일종의 ‘역할놀이’다. 두 사람이 각각 노예와 주인 역할을 맡아 주인이 지시하면 노예는 철저히 복종한다. 주인 지시에는 신체 노출 사진이나 영상을 찍으라는 등의 성적인 행위와 엽기적인 가학 행위까지 포함된다.
문제는 노예 놀이가 디지털 성범죄의 수단이 되기 쉽다는 점이다. ‘놀이’ 과정에서 신체 노출 사진이나 영상 등 성착취물을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어서다.
검찰에 송치된 최찬욱도 2016년 5월부터 최근까지 5년 동안 남자 미성년자들을 ‘노예화’하며 성 착취물을 제작해 보관했다. 그중 일부는 온라인에 직접 유포했고, 피해자 3명을 직접 만나 강제로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성폭행도 저질렀다. 청소년을 노예화하고 성 착취물을 만든 수법이 N번방과 흡사하다.
최찬욱 사건을 수사한 홍영선 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27일 “최찬욱이 특정 키워드를 걸어놓고 대상자를 물색했다”고 말했다. 최찬욱은 30개의 계정을 만들어 각각 여성, 동성애자, 초등학생 행세를 했다. 여성 프로필을 이용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후 ‘알몸 사진을 보내주면 나도 보내주겠다’는 식으로 현혹했다. 피해자가 사진을 보내면 이를 빌미로 피해자를 노예화했다.
홍 대장은 “노예 놀이는 주로 동성애 성향이 있는 아이들 위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찬욱은 피해자에게 체액이나 용변을 먹으라는 등의 가학적 요구도 했다.
이처럼 노예 놀이 방식으로 자행되는 성범죄에 미성년자들은 특히 취약하다. 최찬욱 사건에서 가장 나이 어린 피해자가 만 11세다. 성범죄자들은 트위터 등 SNS에서 미성년자에게 쉽게 접근한다.
트위터는 13세 미만 이용자가 가입할 수 없지만, 가입을 위한 본인 인증 절차가 까다롭지 않다. 네이버나 다음처럼 휴대폰을 통한 생년월일 확인 절차를 필수적으로 거칠 필요가 없다. 이메일을 통해서 인증이 가능해 초등학교 저학년생들도 부모나 형제·자매의 이메일로 가입할 수 있다. 일단 가입하고 나면, 트위터에 게시되는 수많은 음란물에 미성년자들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트위터는 검색에 제약이 없고, 검색 결과를 볼 때도 성인인증 등 필터링을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트위터에서 특정 키워드를 입력하면 ‘노예 놀이 파트너를 구한다’는 글을 금세 찾아볼 수 있다. 10대들이 디지털상에서 쉽게 노예 놀이에 가담하고, 동시에 성범죄의 표적이 되는 배경이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도 가입 시에만 나이 제한이 있을 뿐 음란물 검색에는 제약이 없다. 청소년들이 성 착취 대상이 될 뿐 아니라 스스로 제작·판매하는 디지털 성매매의 주체가 되는 등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필터링도, 제재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유해콘텐츠를 찾아 해외 본사에 삭제를 요청해도 일부만 조치할 뿐이다.
전문가들은 트위터 등 SNS 사업자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과 가정·학교에서의 강화된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트위터 등 SNS 사업자들이 자신의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문제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확실히 진다는 태도로 실질적인 예방 대책을 실현해야 한다”며 “성폭력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와 회복의 어려움 등 아이들의 성폭력 이해도도 전반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미국의 경우 부모들이 자녀가 이메일 계정을 하나 만들 때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관여한다”며 “한국도 가정에서부터 미성년 자녀들의 SNS 활동에 관심을 갖고 성범죄의 위험성을 주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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