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없이도 문이 열렸다
무적 상승 열쇠부대 표시 선명한 전망대 건너
북쪽 풍경이 정겹다
열쇠 없어도 열리는 전망대 문처럼
따끈따끈한 여름 햇살에
한 맺힌 첩첩 철책선 스르르 녹아
아무 일 없듯 휴전선도 열릴 것이다
무적 열쇠부대 푯말 선명한 전망대 건너
북쪽 풍경 참 정겨운 날에

열쇠전망대는 남한에서 최북단인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에 있습니다.
북녘땅을 한눈에 바라다볼 수 있는 이곳은
‘통일의 열쇠’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시인은 뜨거운 한여름에 열쇠전망대를 찾아갑니다.
철책선 앞의 울타리엔 통일을 기원하는 리본들이 바람결에 펄럭입니다.
시인은 비무장지대 너머 외가 가는 길인 북녘땅을 바라보며
휴전선이 열릴 것이라는 간절한 희망을 품어봅니다.
시인의 외가는 북녘땅입니다.
살아생전 고향을 가보고 싶은 염원을 이루지 못한
어머니도 외할머니도 고향을 못 가보고 다 돌아가셨습니다.
외갓집을 갈 수 없는 시인은 한 맺힌 첩첩 철책선 스르르 녹아
아무 일 없듯 휴전선도 열릴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며칠 후면 6·25입니다.
외가를 향한 서러운 연가를 목청껏 부르는 머리 희끗희끗한 시인이
열쇠전망대에 뜨겁게 서 있습니다.
박미산 시인, 그림=림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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