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 개정 인식 미흡… 경찰 단속은 강화
공유 전동킥보드 업계, 규제 완화 목소리 높여
“강제적 수단이 킥보드 사용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어”

지난달 13일 시행된 ‘개인형 이동장치(PM·Personal Mobility)’ 안전 강화를 위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계도기간이 끝나고 본격적인 단속이 시작됐지만 여전히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거나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범칙금 부과 첫날 하루만에 150건의 위반 사례가 적발됐는데 이 중 76%는 ‘안전모(헬멧) 미착용’ 사례였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 범칙금 부과 첫날이었던 지난 13일 전국에서 150건의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이는 계도기간 하루 평균 단속 건수였던 50건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전체 적발 건수 중 76%인 114건은 ‘헬멧 미착용’으로 인한 것이었고 원동기 면허를 소지하지 않은 ‘무면허 운전’은 11건이었다. 2인 이상 탑승으로 인한 ‘승차정원 위반’과 음주운전은 각각 8건과 2건 적발됐다. 보도 통행금지 위반 등 기타사항 적발은 15건이었다.
계도기간과 비교해 범칙금 부과 첫날 특히 많아진 단속 사유는 헬멧 미착용과 승차정원 위반이었다. 헬멧 미착용 적발 건수는 계도기간 일 평균(23건)과 비교해 5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고 승차정원 위반은 계도기간 일 평균(0.7건) 대비 11배 이상 늘었다.
계도기간 한달 간 전체 단속 건수는 1522건으로 사유별로 보면 헬멧 미착용 717건, 승차정원 위반 22건, 무면허운전 173건, 음주운전 200건, 기타 410건이 각각 적발됐다.

계도기간을 거쳤음에도 범칙금 부과 첫날 단속에 걸린 시민들이 이처럼 많았던 것은 도로교통법 개정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미흡한 상황에서 경찰 단속은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이날 도심 곳곳에서는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채 전동킥보드를 타거나 2인 이상 동승한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한 달 계도기간이 끝나고 실질적으로 범칙금을 부과하게 되며 전국적으로 단속을 강화한 상태”라며 “앞으로도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자의 안전을 위해 단속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유 전동킥보드 업계에서는 도로교통법 개정이 전동킥보드 이용 자체를 막는다며 규제 완화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일 국내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 업체인 라임코리아·머케인메이트·스윙·윈드·하이킥 등 5개 기업은 공동 입장문을 내고 헬멧 착용 규제 완화를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안전을 위한 헬멧 착용 권장 정책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범칙금 부과라는 강제적 수단이 공유 전동킥보드 사용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어 올바른 사용 문화를 말살시킬 수 있다”며 “헬멧 문화를 만들어 가기 이전에 친환경 교통수단 사용량 자체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로교통법 개정이 안전한 전동킥보드 문화 조성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전동킥보드 업계의 고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 ‘하이킥’은 도로교통법 개정 시행 후 한 달 간 이전과 비교해 매출이 60~70%가량 줄었고 신규가입자 수도 절반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업체 관계자는 “도로교통법 개정 전에는 신규 가입자 수가 하루 최대 800명선이었는데 지금은 하루 최대 400명을 넘지 않는다”며 “전동킥보드와 같은 스마트 모빌리티는 차가 없고 환경을 생각하는 젊은 세대가 주 고객층이라 18~30세미만 이용자가 많았는데 규제 강화 후 해당 연령대 가입자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한 전동킥보드 이용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데에 동의하고 스마트 헬멧과 소독 기술 등 도입을 준비 중이지만 현재의 규제안은 전동킥보드 이용 연령대를 과도하게 축소한다. 면허 소지 의무화 등으로 원동기 면허를 따기 어려운 학생들의 이용에 장애물을 만들기보다 속도 제한 등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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