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G7 무대에 부부 동반… 다정한 모습도

최근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앙겔라 메르켈(67) 독일 총리가 마지막으로 참석한 G7 회의라는 점에서 서방 언론의 이목을 끌었다. 평소 국내 행사는 물론 해외순방 때에도 남편과 잘 동행하지 않는 메르켈 총리는 G7 은퇴 무대라는 점을 감안한 듯 이번에는 남편 요아힘 자우어(72) 교수의 외조를 받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공개했다.
◆자우어, 1998년 메르켈과 결혼… ‘조용한 행보’
14일 외신 등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의 본명은 ‘앙겔라 카스너’다. 1977년 첫 남편 울리히 메르켈과 결혼하며 아버지의 성(姓)을 버렸고 이후 1982년 그 메르켈과 이혼했음에도 여전히 ‘메르켈’이란 전 남편 성을 쓴다. 학부에서 물리학, 대학원에서 양자화학을 각각 전공해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메르켈 총리는 1998년 같은 양자화학 연구자인 지금의 남편 요아힘 자우어 베를린 훔볼트대 교수와 재혼했다. 당시 메르켈 총리는 44세, 자우어 교수는 49세였고 둘 다 결혼 경험이 있는 상태였다.
결혼 생활을 오래 했지만 메르켈 총리는 직접 출산한 자녀가 없다. 현 남편 자우어 교수가 전 부인과 낳은 다니엘 자우어, 그리고 안드레안 자우어 두 의붓아들이 있을 뿐이다.
1998년 재혼 당시 메르켈 총리는 화학자에서 정치인으로 직업을 바꾸고 나서 한참 뒤였다. 1991년 당시 헬무트 콜 총리에 의해 일약 내각의 여성청소년부 장관으로 발탁되며 화려한 공직생활의 막이 올랐다. 자우어 교수와 결혼하던 시점엔 이미 여러 부처 장관을 지낸 독일 정계 거물로 성장해 있었다.
메르켈 총리와 자우어 교수 부부는 서로의 영역을 확실히 존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 유력 정치인의 배우자가 내조, 또는 외조라는 이름 아래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길 주저하지 않는 점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

◆마지막 G7 무대에 부부 동반… 다정한 모습도
2005년 부인이 드디어 독일 총리에 오른 뒤에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않고 집에서 이를 TV로 지켜봐 당시 타블로이드 언론에는 ‘메르켈의 남편은 어디 갔나’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외신들은 자우어 교수를 가리켜 “부인인 총리를 위한 외조가 아닌 자신의 직업인 학자의 길에 매진하고 있다”며 “부부 동반모임 등에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평했다. 본인 스스로 주변에 “정치와 선을 긋고 본업에만 충실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부부가 둘 다 독일 클래식 음악 애호가이다보니 1년에 한 번 오페라 축제에 메르켈 총리와 함께 참석하곤 했다. 또 여름 휴가철에 메르켈 총리가 피서지에서 남편과 조용히 휴식을 즐기는 사진이 독일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올해 G7 정상회의 의장국인 영국은 2박3일의 회의 기간 정상들과 동행한 배우자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해 선보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부인 캐리 여사가 주최한 이 프로그램은 G7 회의가 열린 콘월 지역의 어린 학생들이 환경을 주제로 만든 공연 관람이었다. 자우어 교수도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등과 함께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지난 16년 내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메르켈 총리 곁을 지킨 자우어 교수는 이번 G7 회의 참석을 끝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나는 부인과 더불어 그 역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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