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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 첫 선… ‘치매 정복’의 길 열리나

입력 : 2021-06-14 06:00:00 수정 : 2021-06-13 20: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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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DA ‘아두카누맙’ 승인 기대감 고조

뇌신경세포 손상 일으키는 주요인
아밀로이드 베타단백, 뇌조직서 제거
병의 진행 억제하거나 발병 차단해

치매 극초기의 환자들에 약효능 입증
중증에는 한계… 뇌부종 등 부작용 우려
1년 6000만원 이상 비용 환자에 부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을 승인하면서 치매 치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으로 언급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이 뇌 신경세포 손상을 초래하기 전에 제거하는 아두카누맙은 치매 전 단계인 경도 인지장애 환자들에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을 승인하면서 ‘치매 정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치매 치료가 증상 관리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질병의 근본 원인 제거를 통해 진행 속도를 막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증상 완화가 아닌 치료를 하는 ‘진짜 약’이 나왔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히 있다. 약의 효능이 입증된 경우는 치매 극초기의 환자들이다. 이미 치매가 중증으로 진행된 경우에는 되돌릴 수 없다는 의미다. 1년에 6000만원이 넘는 비용도 환자들에게는 높은 장벽이 될 전망이다.

건국대병원 한설희 신경과 교수는 “이번 신약 개발로 ‘게임체인저’가 등장한 것은 사실이나 아직은 절반의 성공”이라며 “신경세포를 죽이는 독성 물질인 신경섬유원다발을 제거할 수 있는 약물이 개발되면 완전한 알츠하이머병의 정복이 이루어진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 원인 제거 가능해져

아두카누맙은 정확하게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다.

흔히 알츠하이머병 자체를 치매와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치매는 다양한 원인의 뇌 손상으로 인해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를 이른다. 대표적인 원인이 알츠하이머병이며, 이 외에도 루이소체 질환, 파킨슨병, 헌팅턴병, 픽병 등 다양한 중추·말초신경계 질환 등도 치매의 원인이 된다. 전체 치매 중 알츠하이머 치매는 55∼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학계에서는 그동안 아밀로이드 베타(Aβ)라는 단백질이 뇌에 과도하게 쌓여서 기억력과 판단력을 담당하는 뇌 신경세포의 손상을 일으키는 것을 주요한 원인으로 바라봤다. 아누카누맙은 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을 뇌 조직 내에서 제거해 병의 진행을 억제하거나 발생을 차단한다. 즉,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은 쌓였지만 뇌조직 손상은 발생하지 않는 환자에게서 약효가 발휘된다. 이미 뇌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중증 치매 치료제는 아니라는 의미다.

가천대 길병원 박기형 신경과 교수는 “아밀로이드 베타는 치매가 나타나기 12∼20년 전부터 쌓이기 시작한다. 신약은 아밀로이드 베타 PET(양전자 단층촬영)에서 양성이면서 경도 인지장애가 있는 경우에서 효과가 있다”며 “이 단계의 사람들이 3∼6년이 지나면 60∼80% 이상이 치매가 된다”고 설명했다.

한설희 교수는 “뇌 무게가 보통 1.3∼1.5kg인데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900g까지 줄어든다. 뇌 위축이 그만큼 뚜렷하다는 의미다. 이미 중증으로 진행된 경우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으로 인해 망가진 연결망이 회복 안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이 쌓이기 전에 예방은 어떨까.

한설희 교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이 쌓이기 전에 막는 것은 혈액암 등의 부작용이 더 커서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박기형 교수도 “이번 치료제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쌓인 사람에게서 치매가 나타나지 않게 하는 2차 예방”이라며 “아예 쌓이지 않게 하는 1차 예방과 치매 증상이 나온 사람을 고치는 3차 치료의 약제는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부작용 우려는?

약의 효능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당초 이 약이 효험을 보이지 않아 지난 2019년 임상시험을 중단했던 제약사가 돌연 입장을 바꿨다는 점에서 논란이 크다. FDA의 신약 승인에 반발해 FDA 자문위원 3명이 줄줄이 사임한 것도 이를 반영한다.

개발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승인을 받으려면 임상적으로, 즉 실제로 기억력이 좋아져야 하는데 이런 효과는 보지 못할 것이라고 해 중단됐다”며 “그러나 이후 약을 중단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22%가 많이 나빠져 알츠하이머로 진행이 됐다. 이번 FDA 승인은 아밀로이드 베타가 없어지는 걸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아밀로이드 베타에 대한 항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환자의 혈관에 주사하는 치료법이기 때문에 뇌조직에 축적되어 있던 아밀로이드 베타가 일시에 혈관을 통해 배출되는 과정에서 뇌혈관에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설희 교수는 “현재 부작용으로 나온 것은 뇌혈관 손상과 그에 따른 염증으로 인한 뇌부종이 언급된다. 그러나 이는 환자의 자각증상도 없을 정도의 미세한 점상 출혈”이라며 “이 경우 자기공명영상(MRI)으로 확인해 투약 용량과 시기를 조절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비용적 측면을 가장 우려했다. 한 달에 한 번씩 맞는 주사 비용이 매년 6000만원 정도가 나오기 때문이다. 60세에 발병한 환자가 90세에 사망한다면 30년간 18억원의 비용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박기형 교수는 “1년에 6000만원도 단순 약값만 계산한 것일 뿐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 아밀로이드 베타 PET, MRI 비용까지 추가적으로 들기 때문에 비용이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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