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변호인 “학폭 후유증으로 스터디원 없어 잠깐 도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 부부가 아들의 ‘대리시험’ 혐의에 대해 과거 학교폭력(학폭) 피해자였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조 전 장관 부부는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마성영·김상연·장용범) 심리로 열린 업무방해 혐의 사건 공판에 출석했다. 두 사람이 함께 법정에 출석한 적은 있지만, 피고인 신분으로 나란히 자리한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이름으로 인턴 증명서를 허위 발급해 아들의 로스쿨 입시에 활용한 것으로 봤다. 또 이들 부부가 아들이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온라인 시험 문제를 사진으로 찍어 전송하면 이를 받아 대신 풀어줬다고 주장했다. 아들 조씨는 해당 과목에서 A학점을 받았다.
조 전 장관 부부의 변호를 맡은 김칠준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의 아들이 2011년 학교폭력을 당했고, 이로 인한 후유증을 겪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반박했다. 조 전 장관 부부가 아들 시험을 대신 봤다는 의혹을 받는 시점은 2016년 11월∼12월으로, 총 2회다.
김 변호사는 “아들이 학폭 피해자였기에 정 교수는 교수를 잠시 그만두고라도 아이를 케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젊은 남아아이가 학폭을 당하면 때려서 아픈 게 아니라 정당하게 맞서지 못했다는 열패감이 평생 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공소사실에서 보면 마치 온 가족이 아이 성적에 매달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것처럼 표현돼 있다”며 “적어도 아들 이야기를 할 때는 그런 특수성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정 교수는 엄마로서 학폭 피해자인 아들이 가족을 떠나 미국에서 생활하는 것이 걱정되고 염려스러웠다”며 “아들이 가는 곳이 어디인지 꼼꼼히 살펴보고, 조금만 연락이 안 돼도 캠퍼스폴리스에 신고하는 등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유별나게 성적에 신경 쓰는 엄마가 아니라 학폭 피해를 막아주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멀리 있는 아들들 이제라도 돌봐주자는 마음이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아들은 학폭 후유증으로 교우들과 교류하지 못해 함께 스터디할 사람이 없었다”며 “정 교수는 남은 두 번의 시험을 스터디원들을 대신해 잠깐 도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조 전 장관 부부의 입시비리 의혹 재판 증인으로 이들 부부의 딸과 아들을 동시에 채택했다. 딸 조씨의 경우 불출석하지 않는다면 오는 25일 오전 공판 증언대에 서게 된다. 아들 조씨에 대한 신문은 추후 기일을 지정할 예정이다.
김 변호사는 “온 가족이 한 법정에서 재판받는 게 안쓰럽다”며 “진술거부권 행사가 예상되고 검사가 다른 객관적 증거로 (입증)해야한다”고 증인 채택 결정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사건 대부분이 딸과 아들이 지배하는 영역에서 발생했다”며 “증언거부권 행사를 이유로 소환조차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 자녀에 대한 직접 신문 필요성이 크다고 보고 증인 채택 결정을 유지했다.
앞서 검찰은 2009년 공익인권법센터장이었던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의 허락 없이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을 함께 인턴 활동을 하지 않은 딸 조씨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만들어준 혐의로 기소했다. 정 교수의 해당 혐의는 1심에서 유죄 선고됐다. 재판부는 25일 오후 한 원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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