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스가 총리와 흉금 터놓은 대화 원해
G7정상회의 계기 양국정상 만나는 것이 정상적
아베 전 총리 평창 때 왔듯이 文 대통령 방일했으면”

강창일 주일 한국대사가 한국 정부가 도쿄올림픽대회 개최를 지지하고 도쿄대회 때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강 대사가 지난 1월 부임 매체와 공식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버럴 성향의 아사히신문이 그동안 한·일 관계를 중시하고 양국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주문해왔다는 점에서 이 신문과 첫 인터뷰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 도쿄올림픽 지지
강 대사는 11일 일본 아사히(朝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권 대선 주자인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가 도쿄올림픽대회 조직위 홈페이지의 독도 표기와 관련해 보이콧 검토를 주장한 도쿄올림픽에 대해선 “한국 정부는 개최를 바라고 있고, 지지하고 있다” 밝혔다.
강 대사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때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가 방한했던 점을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때 방일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는 인터넷판에 게시됐으며 일부 내용이 발췌돼 지면에 게재됐다.
■ 日, G7서 문·스가 회동 여부 “어른스럽게 대응해야”
강 대사는 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11~13일 영국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에 대해선 동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국과 일본만 참석하는 기회이므로 양국 정상이 만나는 것이 “상식적”이라는 생각을 피력했다. 이어 “(두 정상이)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어 얘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고, 그런 분위기를 볼 수 있는 것이 양국 국민에게도 좋은 일”이라며 일본 정부가 “어른스럽게” 대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선 앞두고 반일 감정 문제 돌출 우려
강 대사 는 또 내년 3월의 한국 대선을 앞두고 올 11~12월쯤 선거 운동이 본격화하면 일본 관련 이슈가 큰 화두로 부상하고 반일 감정 문제도 돌출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負·마이너스)의 유산을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한 강 대사는 “만약 (문 대통령 임기 중에) 해결하지 못하면 다시 4, 5년 후에도 똑같이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강 대사는 지난 1월 8일 임명장을 받을 때 문 대통령이 스가 총리를 만나 흉금을 터놓고 대화하고 싶다고 했다면서 한국 측이 입장을 표명한 만큼 일본 측이 이에 답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측이) 언론을 통해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나 구체적인 안을 알려주면 그것에 귀를 기울일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전쟁 아니다…현안 해법 12개 넘어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중에 한국 정부가 일본 측 요구대로 강제동원 및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관련 현안 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제안을 할 생각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아 같이 선택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한·일청구권협정 등을 내세워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며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어 “외교는 전쟁이 아니다. 한쪽의 100% 승리는 있을 수 없다”며 “서로 양보할 부분은 양보하면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측이 고려하는 해결책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만 해도 12가지 이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제동원 판결, 韓 완전 삼권분립 증명
강 대사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이 대법원의 이전 배상 인정 판결과 다르게 지난 7일 원고 청구를 각하한 것과 관련해선 “한국은 완전한 삼권분립이 이뤄져 있어 사법부 판결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이번 판결은 판사가 자신의 양심과 법리에 따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1심이어서 대법원에서 다시 확정될 때까지 몇 년이 걸릴 것이라며 양국 정부가 그 전에 외교적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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