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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 인수' 신동빈·정용진 자존심 대결

입력 : 2021-06-11 14:21:42 수정 : 2021-06-11 14: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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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유통 라이벌인 롯데와 신세계가 국내 e커머스 새 판을 짜기 위한 주도권을 놓고 격돌한다. e커머스는 두 회사 모두의 약점이다. 이를 보완하고 e커머스 시장을 이끌어 가려면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국내 e커머스 3위 업체이자 오픈 마켓 1위 업체인 이베이코리아를 손에 넣어야 한다. 실패하면 사실상 e커머스 2류 기업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롯데와 신세계는 현재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거래액 20조원 노린다

 

지난 7일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롯데와 신세계가 사실상 최종 인수 후보가 됐다. 롯데는 단독으로, 신세계는 네이버와 손잡았다. 두 회사는 모두 3조원 중반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 본사가 원하는 돈은 약 5조원이다.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거래액은 20조원으로 네이버(27조원), 쿠팡(22조원)에 이어 3위다. 롯데 e커머스 부문의 작년 거래액은 7조6000억원, SSG닷컴 거래액은 4조원이 조금 안 된다. 누가 인수하더라도 e커머스 최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쩐의 전쟁

 

롯데와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얼마나 진지한지는 준비한 돈만 봐도 알 수 있다. 롯데는 신사업 투자를 위해 2019년부터 자산 유동화 작업을 해왔다. 백화점·아울렛·마트 등을 메각해 롯데쇼핑에서만 약 3조4000억원을 확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얼마나 합당한 금액에 이베이코리아를 가져오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자금 조달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롯데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건 뿐만 아니라 신사업 준비를 위해 롯데백화점 본점 등 핵심 자산도 유동화 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도 마찬가지다. 2019년 말부터 부동산 자산을 현금화하기 시작해 올해 초까지 약 2조원을 준비했다. 최근엔 이마트 주요 매장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그룹 관계자는 "꼭 이베이코리아 인수 건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사업을 위해 모든 건물이 유동화 대상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물론 두 기업이 이 돈을 이베이코리아 인수에만 쓰는 건 아니다. 자금이 부족해서 인수전에서 한 발 물러서는 그림은 만들지 않겠는다는 것이다.

 

◇놓칠 수 없는 기회

 

롯데가 e커머스 부문장으로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 출신인 나영호 부사장을 앉힌 것도 롯데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롯데는 공식으로는 나 부사장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관여하는 일절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롯데가 나 부사장에게 이베이코리아에 관한 정보를 얻고 인수 이후 방향에 관해서도 논의했을 거로 보고 있다. 롯데 인수팀은 최근 미국 이베이 본사를 찾아가 고용 승계 계획 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에선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이명희 회장에게 이베이코리아 인수 관련 보고를 직접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보고를 받았다는 건 그만큼 이 프로젝트가 중요하다는 걸 방증한다. 재계 관계자는 "그만큼 인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자존심 문제

 

롯데가 최근 신세계에 감정이 좋지 않은 것도 이번 인수전을 주목하게 하는 부분이다.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은 올해 초 야구단을 인수한 이후 반복해서 롯데를 도발해왔다. 정 부회장은 소셜미디어에서 '롯데가 유통과 야구를 결합한 사업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는 식으로 폄하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지난 4월에 롯데자이언츠 경기를 보러 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향해서는 "야구 안 좋아하는 동빈 형이 내가 도발하니까 야구장에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롯데 임원들은 정 부회장의 저격 발언이 나올 때마다 매우 불쾌해 했다고 한다. 올해 KBO리그에서 SSG랜더스는 3위, 롯데자이언츠는 최하위인 10위다. 재계 관계자는 "이배이코리아를 인수하지 못한다고 두 대기업이 당장에 상황이 어려워지거나 하는 건 전혀 아니다"면서도 "자존심이 중요한 문제"라고 귀띔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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