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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 중 2∼3층부터 철거? 광주 '붕괴 사고' 해체계획 안 지켜

입력 : 2021-06-10 15:56:42 수정 : 2021-06-10 15: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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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계획서 어기고 아래층 먼저 해체 정황…광주 동구 적법성 재검토
지난 9일 발생한 17명의 사상자를 낸 철거 건물 붕괴사고와 관련, 사고 발생 수 시간 전 철거 현장 장면을 촬영한 사진이 공개됐다. 철거업체 작업자들이 건물을 층별로 철거하지 않고 한꺼번에 여러 층을 부수는 모습이 사진에 찍혀 해체계획서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음이 의심된다. 독자 제공, 연합뉴스

광주 동구 철거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 철거 업체가 해체계획서에 따른 순서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광주 동구청에 따르면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지 철거 업체가 구청에 제출한 해체계획서를 검토한 결과 계획서를 준수하지 않고 철거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철거 업체는 광주 동구청에 재개발구역 내 건물 10채의 해체계획서를 제출하고 지난달 25일 해체 허가를 받았다.

철거 대상 건물에는 지난 9일 붕괴 사고가 난 지상 5층 규모 건물도 포함됐다.

오는 30일까지 철거를 완료하겠다는 일정이 담긴 해체계획서에는 안정성 검토 결과와 구체적인 철거 순서 등이 함께 기재됐다.

사진=독자제공

계획서에 따르면 굴착기 등으로 콘크리트를 파쇄하는 무진동 압쇄공법을 이용해 건축물 측벽부터 철거를 진행하기로 했다.

건물 위층에서 아래층 순서로 철거를 진행하는데 외부벽, 방벽, 슬라브 순서로 해체한다.

3∼5층은 중장비 붐대가 닿을 수 있도록 성토체(盛土體)나 잔재물을 쌓아 철거한다.

저층인 1∼2층은 성토체를 제거한 뒤 지상으로 중장비를 이동시켜 철거하며 폐기물을 바로 반출할 수 있도록 잔재물을 정리해야 한다.

층별로 구조적 안정성을 보강하기 위해 지지대를 설치하고, 옥탑·슬래브·내력벽 등으로 순차적으로 철거한다는 계획서를 냈다.

그러나 동구는 사고 전 건물 사진·영상이나 주민 진술 등을 통해 해제계획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업체 측은 사고가 난 9일에서야 본격적으로 해당 건물의 철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들이 제보한 영상과 사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건물 4∼5층을 그대로 둔 채 굴착기가 3층 이하 저층의 구조물을 부수는 모습들이 포착됐다.

동구는 여러 정황상 이 철거 업체가 해제계획서를 준수하지 않고 철거를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개정된 건축물관리법에 따라 500㎡ 이상, 3층 초과 건물 철거 시 지자체 허가와 건축물관리점검(감리)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감리자가 제역할을 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동구는 재개발조합 측이 철거 과정에서 감리자가 현장에 상주하지 않는 '비상주 감리' 계약을 맺은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지만 국토부 매뉴얼을 재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비상주 감리가 가능하다고 해도 감리자가 위험한 공정으로 보이는 해체 일정 당시 현장에 없었던 점 등은 문제라고 보고 있다.

임택 광주 동구청장이 10일 오후 청사에서 전날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4구역 내 철거 중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 동구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동구 관계자는 "경찰 수사로 규명돼야 하지만 여러 정황상 해체계획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의심된다"며 "이번 주 중 철거 시공사와 감리자를 사법당국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감리자는 건축물관리법 위반 혐의, 시공사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임택 동구청장은 "원래 버스정류장을 옮기는 문제는 시공업체에서 요청을 받으면 검토한다. 철거 업체 측은 안전문제를 해결했다고 판단한 것 같은데, 저희가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임 구청장은 "업체 측이 구청에 낸 해체계획서가 적법한지, 국토부 매뉴얼 등을 준수했는지, 구청에서 제대로 확인하고 허가했는지 한 번 더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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