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재 “불법 있으면 내가 극단적 결정”
윤미향 남편 “대선 앞두고 짜여진 각본”
우상호, 이한열 열사 추도식 전격 불참
송영길 대표 “새로운 변화 위한 고육책”
지도부 일각, 탈당 거부 땐 제명도 거론
대권주자 ‘빅3’ 캠프 인사 연루 타격 커
‘의원 부동산 전수조사’ 의뢰서 제출
“감사원이 가장 공정… 시간끌기 무관”
감사원 “현행법상 감찰 대상 아니다”
송영길 “사실상 조사 안 하겠다는 것”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에게 자진 탈당 권유 및 출당 결정을 내렸지만, 일부 의원들이 불복을 시사하면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도부는 탈당을 거부하는 의원에 대해선 징계위를 열어 제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깊은 고심 끝에 칼을 빼 든 만큼, 이제 와서 칼을 거둘 순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송영길 대표는 9일 자당 의원 12명 탈당 권유 및 출당 결정과 관련해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음이 아픈 일이 많지만 민주당이 새롭게 변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결단”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내로남불과 부동산 문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의원들에 대한 ‘어르고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국민권익위가 수사기관에 이첩한 결과에 여러 가지 부실한 점도 있었다”며 “12명 의원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 내린 징계 결정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도 최고위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탈당 권유는) 당의 징계가 아니다. 정무적·정치적 조치”라고 말했다. 징계 성격이 짙은 출당 조치와는 엄연히 다르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내 반발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을 받는 김한정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또 재판을 해선 안 된다”, “‘미안하지만 일단 나가서 살아 돌아와라’ 하는 것은 당 지도부가 아니다”라며 탈당 권유 수용 불가 입장을 못 박았다. 당 법률위원장이자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이 제기된 김회재 의원은 이날 국회 당 대표실을 항의 방문하고 “불법이 있다면 제가 극단적 결정도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탈당 불복을 선언한 오영훈, 우상호 의원은 이날 공개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오 의원은 이날 국가수사본부를 직접 방문해 소명 자료를 제출할 계획을 밝혔다. 우 의원은 이날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제34주기 이한열 열사 추도식에 불참했다. 우 의원은 1987년 6월 항쟁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으로서 이한열 열사 민주국민장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송 대표는 이날 이한열 추도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나 때문에 우 의원이 이곳 현장에 오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찢어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송 대표와 우 의원은 연세대 81학번 동기로 40년 ‘운동권 동지’이다.
비례대표로 탈당 권유 대신 출당 조처가 내려진 윤미향 의원의 배우자 김삼석씨는 “대선을 앞두고 짜여진 각본”이라며 “민주당의 조치에 대해 헛웃음이 나오고 기가 막힌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 지도부 일각에선 탈당 거부가 제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진 탈당을 안 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당에서 징계위가 열릴 것”이라며 “아마 제명 쪽으로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고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아직 그런 논의는 안 했다”고 선을 그었다.

사상 초유의 ‘의원 12명 탈당 권유’로 ‘빅3’라 불리는 당내 주요 대권 주자들의 속내는 복잡해졌다. 캠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이들이 적지 않아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임종성, 김한정, 문진석, 서영석, 양이원영 의원 등 5명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지지하는 원내 모임 ‘성공포럼’ 소속이다. 이낙연 전 대표 측 인사 가운데선 오영훈, 김주영 의원이 탈당 권유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돕는 의원 중에는 김수흥, 김회재 의원 등 2명이 포함됐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송 대표와 당 지도부의 고뇌 어린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정 전 총리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민주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며 당 결정을 높이 평가했다.

◆감사원 난색에도 고집 부리는 국민의힘
국민의힘이 9일 소속 의원 102명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를 감사원에 맡기겠다고 고집하면서 ‘시간 끌기용이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감사원은 “국회 소속 공무원 감사는 권한 밖”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등 지도부는 이날 감사원을 찾아 ‘부동산투기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민의힘 국회의원 전수조사 의뢰서’를 제출했다. 의원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에 대해 부동산 취득 경위와 비밀누설, 미공개정보 활용 등 직권남용 관련 사항을 조사해달라는 것이다.
추 원내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감사원이 가장 제대로 조사할 수 있는 기관”이라며 “시간 끌기와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조사를 거부하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도 검토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감사원이 가부 입장을 밝히면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곳을 검토해 후속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민국 원내대변인은 “권익위도 법률상 ‘공공기관을 실태 조사할 수 있다’고만 돼 있어 국회의원을 조사할 근거가 미약하다”고 거들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출신 전현희 전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는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속 의원이 102명에 불과한 만큼 부동산 전수조사 이후 민주당처럼 일부 의원 탈당 조치를 취할 경우 개헌 저지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회 소속 공무원인 국회의원은 감사원법 24조에 따른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삼권분립 원칙상 행정부 소속인 감사원이 입법·사법부 공무원을 감찰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며 “사실상 전수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영배 의원은 라디오방송에서 “시중에서 하는 말로 ‘장난치냐’고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도 라디오방송에서 “국민에 대한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국민의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 국회 비교섭단체 5개 정당은 이날 권익위에 당 소속 의원에 대한 부동산 현황 전수조사를 의뢰했다.
이동수·이현미·김주영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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