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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 끊어지자 검침원에 달려들어 허벅지 물어뜯은 개… 견주 처벌은? [법잇슈]

입력 : 2021-06-10 07:00:00 수정 : 2021-06-09 20:3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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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침원, 허벅지 살점 뜯겨나가는 등 중상 입어
법조계 “목줄 노후화·관리 소홀 시엔 견주 과실치상죄 적용 가능
수사기관 구체적 증거 확보 여부 따라 적용 가능성 달라질 듯”
‘맹견’ 혈통 아니면 동물보호법 위반은 적용 어려울 전망
게티이미지뱅크

경기 구리시에서 40대 전기검침원이 목줄이 끊어진 개에게 물려 중상을 입은 가운데, 견주에게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선 당시 개를 묶고 있던 목줄이 노후화됐거나 개의 크기에 맞지 않는 등 견주의 관리 소홀로 인해 끊어진 것이라면 형법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전기검침원 A씨는 전날 오전 11시20분쯤 구리시 사노동의 한 농막 인근에서 몸길이 1m, 체중 20㎏ 정도의 중형견에게 물려 중상을 입었다. 당시 농막에서 검침을 마치고 나오던 A씨를 향해 목줄이 끊어진 개가 달려들면서 이 같은 사고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장소 근처에 있던 70대 견주 B씨가 달려와 말렸으나, A씨는 이 사고로 허벅지 살점이 뜯겨나가는 등 크게 다쳤다.

 

A씨를 공격한 개는 황색 잡종견으로 사고 직후 포획돼 유기동물보호소에 인계됐다. 경찰 관계자는 “목줄에 묶여 있던 개가 몸부림을 치다가 (목줄이) 끊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목줄 제대로 관리 안했다면 과실치상

 

당초 목줄에 묶여 있었지만, 흥분한 개가 몸부림을 치는 바람에 목줄이 끊어져 발생한 이 사건의 경우 견주에게 상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법조계에선 흥분한 개가 목줄을 끊고 달아날 수 있을 정도로 목줄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면, 견주에게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형법은 과실로 인해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해용 변호사는 “목줄이 노후화했거나 개의 크기나 힘에 비해 적당하지 않은 목줄을 사용한 경우라면 목줄이 끊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견주가) 과실치상의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견주가) ‘목줄을 굉장히 튼튼하고 좋은 걸 했는데 이 목줄 자체에 결함이 있었다. 그런데 그 결함을 내가 알지 못했다’고 하는 경우엔 형사처벌까지는 힘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은영 변호사는 “(과실치상 혐의가 적용되려면) 목줄이 끊어져 본인의 개가 타인에게 상해를 가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만일 견주가 목줄이 끊어질 것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고 한다면 처벌받을 가능성은 낮아지겠지만, 만일 해당 개가 평상시에도 타인을 무는 습관이 있는 등 공격성을 보인 사실 등이 있다면 목줄을 견고하게 해 두었다는 것만으로 주의의무를 다 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평소 목줄 관리 증거가 관건

 

견주에 대한 과실치상 혐의 적용 여부는 수사기관에서 평소 견주가 목줄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윤우 변호사는 “(이번 사건처럼) 개가 묶여 있었다는 것은 사실 과실이 굉장히 경감이 되는 부분”이라며 “검찰이나 경찰 쪽에서 조사를 통해 (목줄이) 어떤 상태였는지, 어떻게 관리를 해왔었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들을 확보한다면 (혐의 적용이) 가능은 하다”고 내다봤다.

 

소혜림 변호사는 “개가 이전에도 개물림 사고를 일으킨 적이 있었는지, 즉 예견 가능성이 존재했는지와 줄은 어떤 줄을 이용했고 어떤 방식으로 매어 두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에 대한 관리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면, (견주에게) 과실치상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견주에게 과실치상 혐의가 적용된다면, 법정형에 따라 벌금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다만, 과실치상죄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힐 경우, 견주는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피해자는 견주와 합의를 통해 상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을 받거나, 판결 이후 견주에게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하는 방식 등으로 신체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최 변호사는 “형사적 책임의 경우 민사적 책임보다 더 엄격한 입증을 요하기 때문에, 형사적으로 책임이 입증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민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서 “만일 견주가 (개의) 보관에 상당한 주의를 해태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피해자는 견주를 상대로 민법 759조(동물의 점유자의 책임)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맹견 여부에 따라 동물보호법 적용 갈려

 

A씨를 문 개가 법률상 ‘맹견’과는 연관이 없는 잡종견일 경우, 견주에게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소유자 등이 없는 상태에서 맹견이 기르는 곳에서 벗어나는 것을 제한하며, 이를 위반해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한 맹견 견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률상 맹견은 도사견과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류와 그 잡종의 개로 규정돼 있다. 정 변호사는 “목줄을 한 장소가 기르는 장소인데, 목줄을 풀고 개가 뛰쳐나갔다고 하면 이탈했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도 “이는 맹견일 경우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농막 자체를 견주가 개를 기르는 곳으로 본다면, 농막으로부터 벗어난 곳에서 사건이 벌어지지 않은 이상 맹견이더라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최 변호사는 “사건의 사실관계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지만, 해당 개를 기르는 곳인 농막 내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여 맹견인 경우에도 동물보호법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직 해당 개의 맹견 혈통 여부 등에 대해 파악하진 않았으나, 추후 확인이 가능한 사항이라면 견주 등을 통해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동물보호법은 견주가 개와 함께 외출하면서 목줄 등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묶여 있던 개가 목줄을 끊고 사람을 문 이번 사건의 경우엔 적용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경찰은 피해자가 봉합 수술을 받은 후 안정을 취하면 정확한 사고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 폐쇄회로(CC)TV가 없어 어떻게 해서 물리게 된 건지 등에 대해선 피해자 진술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수사에 더 필요한 점이 있다면 탐문수사 등을 통해서 보강한 후, 혐의가 입증되면 견주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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