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지역균형선발·고교장추천
수험생 학업 결손 감안 하향 조치
22개 대학은 실기전형 기준 완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대학입시에 반영된다. 서울대 등 3개 대학이 2022학년도 대입 수시전형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한다. 아울러 총 56개 대학이 면접이나 논술 등의 전형 일정을 변경하거나 실기고사 종목을 축소키로 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학입학 전형위원회는 코로나19에 따른 수험생의 학업 결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신청을 승인했다고 9일 밝혔다. 유형별로는 실기 전형에 반영할 실적 기준 등을 완화한 대학이 22곳(이하 중복 포함)으로 가장 많았다. 실기 시험 종목이나 유형을 축소한 대학이 20곳으로 뒤를 이었다. 대면 실기를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등 전형 방식을 변경한 대학은 17곳, 전형 일정을 바꾼 대학은 7곳으로 집계됐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완화한 대학은 서강대, 서울대, 중앙대다.
대교협은 “수험생 혼란과 유불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형 요소나 반영 비율 변경 승인은 지양했고, 지원자 풀의 변화가 없는 전형에 한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했다”고 승인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대 등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한 점이 두드러진다. 서울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고3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시 지역균형선발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낮췄다. 변경 이전에는 음악대학을 제외한 전 모집 단위에서 수능 4개 영역 중 3개 영역에서 2등급 이내여야 했지만, 3등급 이내로 조정한 것이다. 음악대학 지원자는 4개 영역 중 2개가 3등급 이내여야 했지만, 4등급 이내로 완화했다.
서강대와 중앙대(서울)도 동참했다. 서강대는 국어·수학·영어·탐구 4개 영역 중 3개 영역 등급 합계가 6등급 이내여야 고교장추천전형에 합격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3개 영역이 각각 3등급 이내면 된다. 중앙대 학생부교과 지역균형전형은 인문계열의 경우 4개 영역 중 3개 영역의 등급합 6등급 이내에서 7등급 이내로 낮췄다. 자연계열은 응시한 탐구영역 2과목의 평균 등급 대신 가장 잘 본 과목 1개를 반영한다.
입시 전문가는 이번 최저학력기준 완화가 문과·이과 통합수능 체제 도입에 따른 인문계열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전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코로나19 상황만 고려한 것이 아니라 수능에서 문과 학생들의 불리함을 완화하는 조처로도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수능에 취약한 일반고 수험생들이 혜택을 볼 것이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더 많은 대학이 동참하지 못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코로나19 사태로 교육권 침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소극적인 대응에 그친다는 이유에서다. 2021학년도 대입에서는 서울대만 유일하게 최저학력 기준을 완화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최저학력기준 완화 대학이 3곳에 그치는 데다 인문계열 학생을 배려해 문·이과 전형을 구별해 최저를 완화한 것도 중앙대 지역균형전형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경희대, 고려대(서울), 동국대(서울), 아주대, 연세대(서울) 등 22개 대학은 코로나19 사태로 각종 대회·시험이 연기되거나 무산된 상황임을 고려해 실기·실적 전형에 대해 자격 기준이나 인정 기간 등을 완화하기로 했다. 대전대, 성신여대, 한양대 등 20개 대학은 실기고사의 종목이나 유형을 축소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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