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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단명한다” 겁박해 수십억 뜯은 무속인 구속… 사기죄 되나

입력 : 2021-06-09 14:00:00 수정 : 2021-06-09 10: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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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회 걸쳐 기도비 명목 44억 받아 가로채
전통관습 허용 한계 벗어났는지 여부가 쟁점

가족의 단명 등 가정내 흉사를 거론하는 방식으로 불안감을 조성해 기도비 명목으로 수십억대 돈을 뜯어낸 무속인이 구속됐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무속인 A(40대)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2011년부터 최근까지 광고 글을 보고 신당을 찾아온 피해자 40여명을 상대로 집안에 중대한 위험이 닥칠 것처럼 불안감을 조성, 700회에 걸쳐 기도비 명목으로 44억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집안에 흉사가 닥친다”, “남편이 단명한다”, “기도를 안 하면 자식이 무당 될 팔자”라는 말을 하며 기도비를 뜯었다.

 

한 번에 3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까지 받아내고 “정성이 부족하다”며 겁박해 추가로 기도비도 뜯어내기도 했다. A씨는 법명을 사용하면서 아파트 게시판이나 당근 마켓에 홍보 글을 올리고 영업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도비와 굿값이 전통적인 관습 또는 종교 행위의 한계를 벗어난 경우 사기죄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무속과 관련한 사기죄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불행을 고지하거나 길흉화복에 관한 어떠한 결과를 약속하고 기도비 등의 명목으로 대가를 교부받은 경우에 전통적인 관습 또는 종교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앞서 대법원은 아내가 귀신에 씌어 있는데 기도와 기치료로 낫게 해줄 수 있다거나 아들에게 액운이 있는데 아들의 이름 등이 적힌 골프공을 골프채로 쳐서 액운을 쫓아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1억여원을 편취한 피고인에게 원심의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환송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신내림을 받은 무속인이 아니며 기치료를 해 본 경험이 없었다는 점, 액운 쫓는 의식을 종교 시설이 아닌 피고인과 사실혼관계에 있는 사람이 소유한 실외 골프연습장에서 한 점 등을 들어 “전통적 관습에 의한 무속행위나 통상적인 종교행위의 형태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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