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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징용' 각하됐는데…20여건 다른 재판도 영향 받나

입력 : 2021-06-09 08:58:50 수정 : 2021-06-09 08: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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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 법원이 기존 대법원 판단을 뒤집고 '각하' 판결을 한 가운데, 하급심에 산적해 있는 관련 재판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지난 7일 강제징용 피해자 송모씨 등 85명이 일본제철 주식회사 등 일본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각하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2018년 10월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론이다.

 

당시 대법원은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일본제철이 각 1억원씩 총 4억원의 위자료와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특히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미지급 임금이나 보상금을 구하는 것이 아닌 일본 정부의 불법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위자료 청구권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개인청구권이 완전히 소멸된 것까지는 아니라도 개인이 일본 국가나 국민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것은 제한되며 소송을 받아들여 강제집행까지 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타결된 무상 3억 달러가 이른바 '한강의 기적'으로 평가되는 눈부신 경제 성장에 큰 기여를 해 과소 평가할 수 없다며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이미 협정에 포함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일본과의 관계 훼손 및 한미동맹 훼손', '국격 및 국익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등의 해석을 담아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청구권은 소구할 수 없는 권리라고 판결했다.

 

1심 법원이 대법원 판결을 뒤집은 이례적인 결론을 내놓았지만 법조계에서는 상급심에서 이 같은 판단이 번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만약 항소심이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해도 상고심까지 가게 되면 대법원이 3년 전 내린 자신들의 판결을 부정해야 하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기존 판례대로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원고 측은 이미 '각하' 판결이 나온 직후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또 항소심이 어떤 판단을 내리든지 이 사건은 상고심 판단까지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1심 판결이 기존 대법원 판례와 정면으로 배치되고 소수 의견을 따른 만큼 현재 하급심에 계류 중인 사건들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서울중앙지법에만 20건 넘게 계류돼 있다. 서울고법·광주지법 등에서도 관련 소송 심리가 진행 중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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