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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무부, 이용구 사건 초기부터 알았나… 진상조사단, 정황 포착

입력 : 2021-06-09 06:00:00 수정 : 2021-06-09 10: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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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사건 서초署 간부들 인지한 날
공수처장 최종 후보명단서 탈락
서초署 상대 외압행사 여부 조사

사건 내사종결 20일 뒤 차관 내정
靑 ‘검증소홀’·‘알고도 발탁’ 의구심

검찰과 경찰이 각각 이용구(사진) 전 법무부 차관의 변호사 시절 택시기사 폭행사건과 서울 서초경찰서의 부실수사 및 외압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법무부 등 일부 주요 기관에서 이 전 차관이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당시 발생한 폭행 사실을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법무부의 공수처장 추천 후보 명단에서 빠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후 서초서가 단순 폭행 사건으로 내사종결한 뒤 20일 후 청와대가 이 전 차관을 법무부 차관으로 내정한 것을 감안하면 청와대가 검증을 소홀히했거나 폭행 전력을 알았음에도 내정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 수밖에 없다. 경찰 자체 진상조사단은 법무부 등이 이 전 차관의 폭행사건 초기 그 사실을 파악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해당 기관들을 상대로 서초서에 대한 수사외압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1월 6일 오후 11시30분쯤 이 전 차관이 만취한 상태에서 택시기사에게 욕설을 하고 멱살을 잡는 폭행 사건이 벌어진 후 얼마 안 돼 법무부 등 주요 기관에서 이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 전 차관은 법무부 법무실장에서 물러나 변호사 신분이었으며 이광범 LKB 변호사, 김진국 감사위원과 함께 여권의 초대 공수처장 유력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전 차관은 사건 발생 이틀째인 8일 택시기사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전달하고,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 삭제도 요청했다. 경찰 진상조사단도 이같은 내용을 확인한 뒤 이 전 차관을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기사 A씨를 증거인멸 혐의로 각각 입건했다. 아울러 서초서 실무자와 간부들은 다음날(9일) 그가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도 밝혀졌다. 서초서는 당초 단순 폭행사건으로 내사종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봐주기 수사’ 의혹이 일자 ‘이 전 차관을 서초동의 많은 변호사 중 한 명으로 알았을 뿐 고위 공직자 출신의 유력 인사인지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특히 9일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 마감일이었는데, 유력 후보 중 한 명이었던 이 전 차관은 공교롭게도 법무부의 최종 추천 명단에서 빠졌다. 일각에서 이 전 차관의 음주폭행 사건이 법무부 등 윗선에 보고돼 공수처장 후보 결격 사유가 된 것 아니냐고 보는 대목이다.

이후 서초서는 택시기사 A씨를 상대로 석연치 않은 조사를 거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단순폭행 사건으로 결론 짓고 12일 내사종결했다. 이 과정에서 서초서는 이 전 차관의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의 존재를 알았으면서도 영상이 없다고 부인한 데 이어 상부(서울경찰청)에 사건 보고를 한 적도 없다고 했지만 서울경찰청 직원에게 보고한 사실이 들통나기도 했다.

서초서의 내사 종결 후 아무 일도 없었던 듯 20일이 지난 12월2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 전 차관을 법무부 차관에 내정했다. 하지만 법무부 등 주요 기관이 이 전 차관 사건을 발생 초기부터 알고 있었던 정황이 포착되면서 청와대도 난처한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나 경찰 등에서 제대로 보고를 받지 못한 경우도 그렇고, 검증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알고 있었다면 더더욱 문제다. 경찰이 내사종결하고 이 전 차관을 입건도 하지 않은 만큼 별일 아니다고 여겨 차관으로 내정한 것이면 국민을 기만한 꼴이란 비판을 면키 어려워진다. 문 대통령은 지명 6개월 만인 지난 3일 이 전 차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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