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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수뇌부도 수사한다"지만...실체적 진실 밝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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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08 06:00:00 수정 : 2021-06-08 0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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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故) 이모 중사의 분향소. 연합뉴스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군 부사관 이모 중사 사건과 관련해 공군의 사후 대응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정황이 꼬리를 물고 제기되는 모양새다.

 

국방부는 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인 공군검찰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공군검찰은 지난 4월 초 성추행 사건을 송치받은 뒤 55일간 가해자 조사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 장모 중사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도 곧바로 집행하지 않은 채 휴대전화를 임의로 제출받았다.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군 소식통은 “원론적인 얘기지만 이 전 총장도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며 “소환조사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옷까지 벗은 총장을 지휘책임을 물어 사법처리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겠냐”면서도 “한두 차례 불러 조사할 개연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와 제20전투비행단,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던 국방부 감사관실은 이날부터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 

 

센터는 이 중사의 성추행 피해를 국방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센터가 이 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사건 발생 사흘 만인 3월 5일이었지만, 국방부 양성평등정책과에 보고한 때는 4월 6일이었다. 그나마도 사건 경위를 알 수 없는 월간현황보고 형식의 ‘성추행 피해 신고 접수’였다.

 

국방부 ‘국방 양성평등 지원에 관한 훈령’에는 성폭력 신고 상담을 접수하면 국방부 장관이 지정하는 양식에 따라 일선부대 상담관→각 군 본부 양성평등센터→국방부 양성평등정책과의 업무계선으로 ‘개요 보고’를 하도록 돼 있다. 사회적 이슈가 될 사건은 개요 보고 후 세부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센터가 훈령을 위반하거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셈이다. 

 

국선변호인 선임을 둘러싼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군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여성 피해자에게는 사건처리 관계자(수사관, 군검사, 국선변호사)를 여성으로 우선 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성 국선변호사가 없으면 민간 변호사를 국선변호인으로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공군은 지난 3월 9일 1년차인 남성 군 법무관 A씨를 국선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여성 변호사 우선배정’ 지침 등을 어기고 1년 차 군 법무관을 국선변호인으로 지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족측 변호인 김정환 변호사는 이날 오후 검찰단에 직무유기 등 혐의로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지난 3월 9일 국선변호사로 지정된 A씨는 결혼과 신혼여행 등 개인적 사정을 들어 2차 가해에 시달리던 이 중사를 사실상 방치했다. 대면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고, 전화통화와 문자 메시지로 의견을 교환했다. 

 

김 변호사는 “직무유기 혐의 외에 묵과할 수 없는 다른 혐의가 더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직무유기 외에 이 중사의 신상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는 2차 가해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유족 측은 또 이번 사건을 포함해 지난 1년 동안 세 차례 성추행 피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다른 부대에서 파견된 준위와 이번 사건에서 회유를 시도한 상관, 이번 사건 가해자인 장 중사 등 3명의 강제추행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검찰단은 7일 오후 4시10분, 이 중사에 대한 2차 가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부대원들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성폭력 예방 제도개선 전담팀(TF)을 구성해 부실한 군 내 성폭력 대응체계 개선에 착수했다. 8월까지 운영되는 TF는 육해공군과 해병대 관계자, 국방부 양성평등위원회 민간위원과 여성가족부 추천 위원으로 구성된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지난 3일부터 16일까지 운영되는 성폭력 특별신고 기간에 접수되는 신고를 처리하기 위한 성폭력 신고 특별조치반도 이날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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