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진 없이 결정할 상황 아냐”
그간 정치권 관측과 상반된 반응
일각 “버스논쟁 등 부담 느껴서”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최근 국민의힘 의원을 잇따라 만난 데 이어 현충일 전후로 호국·안보 행보를 모두 공개하면서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출 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그의 행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윤 전 총장 측이 정치권의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 직후 입당설’에 선을 긋고 나선 이유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7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입당 여부 등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고민이 길어진다기보다는 일단 공보나 수행 역할을 할 참모진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윤 전 총장 혼자 기존 정당 입당이나 창당 등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5명 정도의 소규모로 꾸려질 것으로 알려진 윤 전 총장의 참모조직은 다음주쯤 공개될 전망이다. 윤 전 총장의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입당 관련 질문에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 어떤 결정도 한 적 없다. 국민의 열망과 바람에 따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윤 전 총장 주변 인사들이 그의 국민의힘 입당설에 거리를 두고 나선 것은 정치권의 예상과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주위에 “‘백넘버(기호) 2번’으로 출마해야 한다”고 했다는 전언이나 국민의힘 인사들과 연쇄 접촉을 했다는 점 등을 토대로 그가 오는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된 직후 평당원 자격으로 입당할 것이란 관측이 끊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 측이 국민의힘 당권주자들 사이의 이른바 ‘버스 논쟁’ 등 윤 전 총장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에 정치적 부담감을 느껴 국민의힘 거리 두기에 나선 것 아니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버스 논쟁은 윤 전 총장의 입당 시기와 대선 경선 일정 등을 놓고 주자들 간 이견이 노출되며 당 대표 선거의 쟁점 중 하나로 떠올랐다. ‘장모가 누구한테 10원 한장 피해 준 적 없다’는 윤 전 총장의 발언을 놓고 “나중에 그 결과까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한 당권 주자 이준석 후보 발언에 대해 윤 전 총장 주변에선 다소 불쾌하다는 반응도 흘러나오고 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회의적 발언도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얼마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가 없다”고 한 말이 윤 전 총장을 겨냥해 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정정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전 총장이 최근 검찰 조직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다며 “이 정권에 맞서 검찰을 지켜줘야 한다. 침묵으로 일관하지 말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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