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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징용 손배소’ 패소… 대법 판결 뒤집혔다

입력 : 2021-06-07 18:27:35 수정 : 2021-06-07 19: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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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기업 16곳 상대 소송 1심 각하
법원 “청구권 협정으로 訴제한”
피해자들은 “즉각 항소하겠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기업에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린 강제징용 피해자 등 80여명이 일본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각하됐다.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린 판결과 정반대 결론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양호)는 7일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내리는 결정이다.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원고 입장에선 사실상 패소 판결이나 마찬가지다. 재판부는 당초 선고 기일보다 사흘 앞당겨진 이날 판결하겠다고 원고와 피고 측에 통보했다. 이 소송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여러 소송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재판부는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청구권협정 제2조는 대한민국 국민과 일본 국민의 상대방 국가 및 그 국민에 대한 청구권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며 “청구권협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완전하고도 최종적인 해결’이나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는 문언의 의미는 개인청구권의 완전한 소멸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법원은 헌법기관으로서 헌법과 국가 그리고 주권자인 국민을 수호하기 위해 위와 같이 판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부연했다.

이날 1심 재판부의 판단은 3년 전 대법원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고(故) 여운택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당시 전원합의체는 “청구권협정에 의해 우리 국민의 일본 및 그 국민에 대한 배상청구권 자체가 소멸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배상청구권과 청구권협정은 별개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정반대 판단이 하급심에서 나오면서 향후 있을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일대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선 18건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날 각하 판결을 받아든 피해자 측은 즉각 항소 계획을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강제동원 판결이 각하된 데 대해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외교부는 “앞으로도 사법판결과 피해자 권리를 존중하고 한·일관계 등을 고려하면서 일본 측과 관련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8년 반대 취지의 인용 판결이 나왔을 때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피해자들의 상처가 조속히, 최대한 치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희진·홍주형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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