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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진료에 피해”… 의사 ‘자격정지’ 판단 뒤집힌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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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07 13:00:00 수정 : 2021-06-07 13: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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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를 보던 의사에게 혈중알코올농도가 감지됐다고 해도 진료에 지장이 없었다면 보건복지부의 자격정지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는 의사 A씨가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정형외과를 운영하는 A씨는 2017년 9월 술을 마신 채 야간 진료를 봤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로부터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받았다. 복지부는 “도덕적 비난가능성이 큰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징계 이유를 밝혔다.

 

A씨가 음주 진료를 한다고 신고한 이는 A씨에게 두 차례 수술을 받았던 환자 B씨다. B씨는 “잘못된 수술을 받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수술비를 납부하지 않는 등 원고와 갈등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9월6일 병원을 방문한 B씨는 휴게실에서 A씨가 직원들과 와인잔을 들고 있는 모습을 봤다며 112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음주측정을 한 결과 A씨에게서 약한 혈중알코올농도가 감지됐다.

 

A씨는 법정에서 줄곧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진료 전 음주를 하지도 않았고, 진료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주취 상태에 있지 않아 의료법상 비도덕적인 진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또 술을 마셨다고 해도 혈중알코올농도가 매우 낮았고 진료가 정상적으로 이뤄져 자격정지 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술을 마셨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점 등을 들어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술을 마시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였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B씨가 A씨와 갈등관계에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B씨의 진술만으로는 A씨가 병원 휴게실에서 술을 마셨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전날 마신 술의 영향으로 약한 혈중알코올농도가 감지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판시했다.

 

재판부는 당시 야간 진료를 받은 환자가 진료 행위에 이상을 느끼지 못한 점도 징계가 부당한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재판부는 “당시 A씨로부터 야간진료를 받은 환자는 ‘손가락을 다쳐 A씨로부터 진료를 받았는데, 치료를 잘 받아 A씨가 술을 마시고 진료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A씨의 진료행위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일 따름”이라고 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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