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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성폭력 사건 보고체계 '먹통'…공군본부 등 3개부대 감사착수

입력 : 2021-06-07 10:17:00 수정 : 2021-06-07 10: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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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부사관 20여차례 고충 호소…공군양성평등센터, 한달후 국방부에 단순 신고만

충남 계룡대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가 여군 부사관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사흘 만에 인지하고도 국방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피해자 이 모 중사가 소속 부대에 20여 차례 성 고충을 호소했는데도 적시에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등 '군내 성폭력 사건 보고 및 대응체계'가 먹통 수준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국방부 감사관실은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와 제20 전투비행단, 제15 특수임무비행단 등 3개 부대에 대해 7일 감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군 소식통이 밝혔다.

국방부 감사팀은 공군본부와 20비행단에서는 이 중사의 최초 신고부터, 해당 부대에서 어떤 조치를 했고, 상급 부대에는 언제 보고했는지 등을 규명할 계획이다. 아울러 15비행단에서는 피해자에게 가해진 '2차 피해'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사는 지난달 18일 15비행단으로 부대를 옮긴 뒤 사흘 만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들은 지난 2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 면담에서 전출 부대 간부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 중사의 정신적 고통이 컸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에 따르면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 중사가 장 모 중사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본 지 사흘만인 3월 5일 관련 내용을 인지했다. 그런데도 센터는 국방부에 즉시 보고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센터 측은 성범죄 사실을 '수시 또는 즉시' 보고할 경우 인적 사항을 명기해야 하는데 최소한 인적 사항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업무 목표로 하다 보니 즉각적인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후 센터는 성추행 피해 한 달이 지난 4월 6일 국방부 양성평등정책과에 피해 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월간현황보고' 형식으로 '성추행 피해 신고 접수'로 이뤄졌다. 피해 내용이나 피해자 인적 사항 등 사건 내용을 전혀 파악할 수 없는 단순 집계 신고였다.

국방부 양성평등정책과에서 서 장관 등 관련 지휘계통에 알리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여 차례 고충을 호소하던 이 중사는 4월 15일 20비행단 성고충 전문상담관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어 해당 부대 지휘관에게 보고됐다.

현행 국방부의 '국방 양성평등 지원에 관한 훈령'을 보면 성폭력 신고 상담 접수 시 그 사실을 국방부 장관이 지정하는 양식에 따라 양성평등 업무계선(통)으로 '개요 보고'해야 한다.

만약 영관급 이상 및 군 수사기관 연루, 언론보도 예상 등 사회 이슈화 가능 사건 등 중대 사고의 경우에는 개요 보고 후 세부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

이 중사가 최초 신고를 했을 때 해당 부대에서 이런 훈령만 제대로 지켜졌다면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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