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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성폭력 아웃’ 개혁 추진하면서… 성추행 신고하자 ‘보복 인사’

입력 : 2021-06-07 06:00:00 수정 : 2021-06-06 22: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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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추가 폭로 봇물

2년전 女대위 술자리 성추행 당했지만
감찰·군사경찰, 증거불충분 수사 종결
근무평정 최하점… 국방부 뒤늦은 감사
공군사관학교서도 생도간 성추행 사건

“지휘관들 병영 문제 덮을수 있다 믿어”
군형법 ‘위력·위계 간음’ 처벌 조항 없어

여군, 성폭력 공정처리 인식 크게 저하
2012년 75.8%서 2019년 48.9%로 뚝
사진=연합뉴스

숨진 공군 이모 중사를 향한 2~3차 가해 및 은폐와 관련된 군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과거에 있었던 군내 성추행 폭로가 이어지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군 소식통은 6일 “2019년 공군사관학교에서도 남녀 생도 간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면서 “피해자인 여생도가 훈육관을 거쳐 지휘부에 보고했지만 공사에서는 피해자를 압박해 조직적으로 사건을 덮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교장과 생도대장도 알고 있었던 내용”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그동안 공군 내 여군에 대한 성추행 사건이 수차례 있었지만 피해자를 위탁교육 보내는 방식 등으로 무마했으며, 이 과정에서 공군에 설치된 양성평등센터가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2019년 9월 24일 공군 창설 7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던 여군 대위가 겪은 성추행 사건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여군 대위는 당시 직무수행 중 상관에 의한 강제 술자리 참석과 방조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지만, 공군본부 군사경찰·감찰·법무실은 이 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수사종결 처리했다.

 

강 의원실은 같은 해 12월 있었던 근무평정에서 상관인 A대령이 여군 대위에게 근무평정과 성과상여급 평가 모두 최하점을 주면서 ‘보복성 인사’를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국방부는 지난 5일 뒤늦게 감사에 착수했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 국방헬프콜 광고가 걸려있다. 뉴스1

군 관계자는 “군내 성폭행 사건이 터져 피해자가 신고하면 가해자는 술기운 탓으로 돌리고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해명하기 일쑤”라며 “열외 없는 참석과 폭음을 강요하는 군내 회식문화와 지휘관들의 잘못된 인식을 뜯어고치지 않고는 재발 방지를 막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국방부가 2018년 1월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근무여건 조성’ 등 양성평등과 가족친화적인 근무여건을 조성해 나가겠다며 ‘국방개혁 2.0’ 개혁과제를 밝혔지만 정치적 수사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군 법무관을 지낸 한 예비역 장성은 “지휘관들이 병영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덮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성폭행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도 적극적으로, 그리고 매뉴얼에 따라서 공식적으로 처리하길 주저한다”면서 “그러니 아직도 군대가 인권 사각지대, 치외법권, 무법천지라고 비난받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지난 4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성추행 피해 이모 중사의 영정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군 사법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중심주의’가 아닌 계급 및 뒷배경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경우도 있어서다. 군 형법에 ‘위력 및 위계에 의한 간음’ 처벌 조항이 없는 것도 맹점이다. 관련 사건을 둘러싼 거의 모든 조건이 여성 피해자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고, 여군 스스로 ‘몸조심’할 수밖에 없는 게 군내 일반적 분위기다.

 

성폭력 사건 발생 후 가해자와 피해자를 제대로 분리하는지 여부나 군 관련 매뉴얼의 존재, 그 실행 여부에 대해 외부에서 평가할 도리가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번 공군 이 중사 사건의 경우에도 피해자가 성추행 사실을 신고했지만 군이 이를 은폐하려 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다.

이 때문에 부대 내 성폭력 사건이 공정하게 처리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여군은 7년 새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가 지난해 발표한 ‘2019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최근 1년간 부대 내 성희롱·성폭력 관련 고충이 제기됐을 때 공정한 절차에 따라 처리되고 있다’는 문항에 긍정적으로 답한 여군 비율은 48.9%로, 2012년 실태조사(75.8%) 때보다 크게 감소했다.

 

성적 침해를 상부에 보고한 뒤 받은 조치를 묻는 문항에서도 ‘가해자의 법적 처벌’(26.6%), ‘가해자의 공식적 사과’(8.9%) 등 응답과 함께 ‘사후조치가 없었다’(15.8%), ‘피해자가 타 부대로 전출됐다’(10.1%) 등의 답변 수치가 낮게 나오는 등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군대 내에서 성희롱·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비밀보장이나 2차 피해 방지가 철저하게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인식을 묻는 문항에선 ‘그렇다’, ‘어느 정도는 그렇다’ 등으로 수긍한 여군 비율이 무려 64.5%에 달했다.

 

성폭력 사건 처리의 공정성과 2차 피해를 막는 명확한 피해자 중심주의와 강력한 처벌, 제도적 보완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병진·김주영·김승환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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