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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철저한 실태조사와 일벌백계로 軍 성비위 근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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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06 22:45:18 수정 : 2021-06-06 22: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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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병영문화 폐습” 사과
솜방망이 처벌 관행부터 바꿔야
민간경찰 수사 의뢰도 검토하길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문화 폐습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고 했다. 여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에 대해 군 통수권자로서 사과한 것이다. “군 장병들의 인권뿐 아니라 사기와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고인의 빈소를 찾아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보훈의 달이어서 더욱 가슴 아픈 장면이다.

문 대통령의 병영문화 폐습 근절 약속은 반드시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군내 성비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관행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다. 2015년 이후 군사법원 성범죄 재판 1700여건 중 실형 선고는 10%에 불과했다. 2014년 성추행에 시달리던 여군 장교가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도 군사법원이 가해자인 상관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일도 있었다. 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죄인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건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것과 다름없다.

지난해에는 공군 여군 대위가 “상관인 대령이 술자리 동석을 강요하고 성추행을 방조했다”며 군 검찰에 신고했지만 가해자는 무혐의 처분을 받고 피해자만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 한다. 어이없는 일이다. 분리 근무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근무평정에서 최하위 점수를 주는 일이 벌어졌다니 입을 다물 수 없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성희롱·성폭력 고충이 공정한 절차에 따라 처리되고 있다’고 답한 여군 비율이 48.9%로 2012년(75.8%)보다 급감한 데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대응 매뉴얼을 갖추고 무관용 엄벌 원칙을 천명했음에도 성범죄와 집단적 은폐 행위가 만연한 것은 우리 군의 성인지 감수성이 바닥권이라는 방증이다. 남성 중심의 폐쇄적인 군대 문화와 성범죄에 무기력한 군 사법제도의 개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군내 성범죄 관련 악습을 근절하려면 전군 대상 전수조사 등 철저한 실태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성비위를 저지르거나 은폐하면 엄벌이 내려지고 군복도 벗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군 전체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 공군참모총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그것으로 끝낼 일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영국처럼 군 성비위 사건 수사를 민간 경찰에 의뢰하는 등 군의 폐쇄성을 줄여나가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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