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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졸속 대책이 부른 ‘과천청사 부지 주택공급’ 백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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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06 22:44:50 수정 : 2021-06-06 22: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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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청사 부근 모습. 연합뉴스

정부·여당이 지난해 8·4 공급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과천청사 유휴 부지에 주택 4000가구를 짓기로 한 계획을 백지화했다. 주민 반발에 부딪혀 대책 발표 10개월 만에 ‘없었던 일’로 변해 버렸다. 대신 4300가구를 과천과 다른 지역에 짓기로 했다. 청사 부지도 이용하지 못하게 된 마당에 뜻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일찍이 없던 파행이다. 공공의 이익이 아무리 커도 주민이 반대하면 정부 결정을 무위로 돌릴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정부는 당초 이곳에 임대주택 등 서민주택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천정부지로 뛰는 집값을 잡고 서민의 주거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과천 주민들은 “정부가 집값을 올리고, 과천을 희생양으로 삼느냐”며 반발했다. 공원 조성 무산, 집값 하락을 이유로 과천시장을 탄핵하는 주민소환투표까지 성사시켰다. 그러자 당정이 4일 회의를 열어 부랴부랴 계획을 백지화한 것이다. 이번 사태로 ‘부동산 님비’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된다.

근본적으로 반성해야 할 것은 정부의 탁상 행정과 졸속 대책이다. 정부는 그동안 주택 공급에는 눈을 감은 채 규제와 세금폭탄을 능사로 알았다. 집값·전셋값이 폭등하자 뒤늦게 급조된 정책이 8·4 공급대책이다. 서울·수도권의 집값을 잡기 위해 13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자체와 주민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밀어붙인 결과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온다. 3만가구를 공급할 태릉 골프장, 용산역 정비창, 서부면허시험장 등지에서 집단 반발이 이어진다. 도심 공공개발로 20만가구를 공급한다는 2·4 공급대책을 두고도 곳곳에서 잡음이 인다.

정책이 신뢰를 잃으면 효과는 반감한다. 집값은 다시 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값은 올 들어 5개월 동안 6.95%나 올랐다.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후 5개월 연속 1% 이상 상승은 처음이다. 누적 상승률도 역대 최고치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0.11% 뛰어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말로만 집값 안정을 외치고 실질적인 대응을 못한다면 집값은 잡을 수 없다. 여당은 친문 강경파에 밀려 주택 공급량을 늘릴 양도세 인하 조치 하나 결정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반쪽 공급’ 대책조차 파행으로 얼룩진 판이니 부동산시장이 안정되기를 어찌 바라겠는가. 정부는 정책의 신뢰성부터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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