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 3세 여아를 홀로 두고 집을 떠나 숨지게 한 김모(22)씨가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4일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합의부(재판장 이윤호)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이렇게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160시간 이수 및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10년을 명령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이 청구한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재범 우려가 낮다’며 기각했다.
이날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현 남편과 동거를 시작하면서 평일 남편이 퇴근한 시간대, 공휴일에 빵·우유 등만 남겨둔 채 자신이 원래 살던 빌라에 3세 여아 보람 양을 홀로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남편이 퇴근한 후인 평일 저녁에는 마들렌 빵 10개, 죽 1개, 200㎖ 우유 4개가량을 안방 텔레비전 근처에 둔 채 자리를 비웠다.
다음 날 아침에 김씨가 집에 돌아가면 아이는 음식 대부분을 먹은 상태로 방에 머물러 있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에는 음식을 평일보다 많이 두고 나왔다가 월요일 아침에 돌아가고는 했다.
보람 양은 생후 24개월 무렵부터 이렇게 방치됐고 5개월여간 이런 생활이 반복됐다.
그러다 현 남편과 사이에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을 앞두게 되자, 김씨는 몸이 힘들다는 이유로 지난해 8월 무렵부터 빵·우유 등을 놓아둔 채 빌라를 나왔고 그 이후 더는 보람 양을 찾아가지 않았다.
그의 빌라 아래층에는 부모가 거주 중이었지만 아이를 보살펴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았다.
김씨는 출산 후 아이가 굶어서 숨졌을 것이라는 걸 인식했지만 두려움에 빌라를 찾아가 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김씨는 아이가 홀로 남겨져도 잘 울지 않는다는 점과 스스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올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는데도 적절한 조치 없이 아이를 빌라에 방치하다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김씨의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또한 “(김씨가 숨진 아이를) 보호·양육하는 과정에서 음식을 제대로 주지 않고 장시간 혼자 있게 방치하다 끝내 죽음에 이르게 하고, 양육·아동수당을 부정 수급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전 남편과 혼인 생활이 순탄치 못했고 전 남편에게 분노심이 있었던 것은 범행 이유가 될 수 없다”면서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먹을 것도 없는 원룸에 홀로 방치된 피해자가 장시간 겪었을 외로움, 배고픔, 두려움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이런 범행에도 (김씨가) 일상생활을 영위했고 약 6개월 지난 후 피고인 어머니가 사망한 피해자를 발견하고 연락할 때까지 침묵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고통, 범행 내용, 전황 등을 고려하면 엄벌에 처하지 않을 수 없지만 어린 나이에 전 남편과 별거한 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의 전자장치 부착 청구에 대해서도 “(김씨가) 범죄 전력이 없고 피해자의 사망을 적극적으로 의도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살인이 아니고, 치료프로그램 이수 등으로 재범 위험성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기각했다.
한편, 해당 사건이 알려지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DNA 감식 결과 김씨는 아이의 엄마가 아니라 친언니인 것으로 밝혀졌다.
아이의 친모는 김씨의 어머니인 석모(48)씨로 드러났으며, 석씨에 대한 재판은 오는 17일 열린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