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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 보고 싶었소”… 사라진 가림막에 온기 나눈 노부부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1-06-01 18:23:58 수정 : 2021-06-01 20: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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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대면 면회 첫날 스케치
면회객과 입소자 중 한쪽이라도
백신 접종 완료 2주 뒤부터 허용

남편 보자마자 울음 터뜨린 아내
“괜찮아” 연신 다독이며 회포 풀어
“아들·손주들도 빨리 만나고 싶어”

노인복지관·경로당 등도 모처럼 활기
“반가운 얼굴들 보니 스트레스 풀려”
“손 좀 잡아 봅시다” 1일 경기 광주시 선한빛요양병원에서 김창일씨(오른쪽)가 부인과 대면 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잘 있었소? 영감 보고 싶어서 죽겄어∼”

김모(88·여)씨는 1일 경기 안산 경희재활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남편 이모(87)씨의 손을 잡고 물었다. 1년3개월여 만에 나누는 온기였다. 아내의 물음에 김씨는 울먹였다. 부부는 서로의 손을 꼭 쥐고 한동안 놓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요양병원·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면회가 전면 금지된 지 470일 되는 이날 다시 대면 면회가 허용됐다. 이날부터 면회객과 입소자 중 최소 한쪽이라도 백신 접종 완료자(2차 접종 후 2주 경과)인 경우 마스크를 쓴 채 만날 수 있다. 다만, 입소자와 종사자의 1차 접종률이 75% 미만인 시설에서는 면회인이 사전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음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요양병원·시설에서 가족들을 만날 날만 기다리던 입원·입소자들은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조금이나마 일상 회복에 한걸음 가까워진 모습이다.

김씨는 지난 4월30일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마쳐 남편을 만날 수 있었다. 이씨는 지난달 24일 아스트라제네카 2차 접종을 하고 아직 2주가 지나지는 않았다. 지난 추석에 만났지만 가림막이 가려진 채였다.

김씨는 “밥은 잘 먹고 화장실도 가고 물도 많이 먹고 그래야 한다”거나, “손이 왜 이렇게 차냐”, “낮에 누워 자지 말고 운동 잘하라”며 연신 남편을 챙겼다. 이씨는 아내를 보며 “그렇게 보고 싶은데도 1년이 지나도록 못 봤다”며 “오랜만에 만나니까 좋다”고 기뻐했다. 이어 “주사 맞으면 가족도 볼 수 있고, 여러 사람도 볼 수 있고 그 전과 같이 살 수 있겠다”며 “아들도 보고 싶고 손주도 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유준영 요양병원 행정본부장은 “김 할아버지가 접종 14일이 지나는 오는 8일 이후엔 다른 가족들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접촉 면회를 하게 되면 백신 접종 의사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1일 경기 광주시 선한빛요양병원에서 남편 김창일씨(오른쪽)가 부인과 대면 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경기 광주시 선한빛요양병원에서는 남편 김창일(83)씨가 입원 중인 아내 구모(77·여)씨를 만났다. 그동안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얼굴만 봤던 부부는 온기를 나눴다.

지난달 12일 화이자 2차 접종을 완료했다는 김씨는 이날 오전 9시부터 병원을 찾았다. 오전 9시15분쯤 요양보호사가 끌어주는 휠체어에 타고 온 구씨는 남편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김씨는 “괜찮아, 괜찮아” 하며 아내를 달래며 다정하게 아내의 손과 다리를 주물러 줬다.

김씨는 “지지난주 비접촉면회에서 전화기로 5분간 통화했는데, 아내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걱정이 많이 돼 잠을 못 잤다”며 구씨 얼굴을 보고 나서야 마음을 놓는 듯했다.

김기주 선한빛요양병원장은 “오랫동안 대면 면회가 진행되지 않아 환자분들이 많이 우울해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분이 늘었다”며 “대면 면회가 가능해졌으니 환자분들의 우울증 등 정신 건강이 많이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접종 완료자들을 위한 일상 회복의 일면은 경로당, 노인복지시설 등에서도 볼 수 있었다. 정부는 6월부터 노인복지관과 경로당, 주민센터의 노인프로그램 운영을 순차적으로 정상화하도록 했다. 방역적 위험성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1차 접종자나 예방접종 완료자를 중심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경로당 운영이 재개된 1일 서울 구로구의 한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경북 안동시노인종합복지관은 간만에 활기가 넘쳐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4월27일 휴관한 노인종합복지관이 정부 지침에 따라 재개관하면서다. 안동시는 혹시나 모를 감염병 확산에 대비해 시설 이용 인원을 100명으로 한정했다. 하지만 이날 복지관은 개관 시간인 오전 10시가 되기 전부터 출입구에 긴 줄이 늘어졌다. 결국 개관 2시간 만에 시설 이용 인원은 가득 찼다.

이날 당구장과 탁구장, 물리치료실, 재활 운동실은 노인들로 북적였다. 출입 제한에 아쉽게 발걸음을 돌리는 노인도 목격됐다.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노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쉴 새 없이 묵혀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놨다. 이들은 방역 지침에 따라 여전히 마스크는 벗지 못했지만 반가움은 감출 수 없었다.

김모(72)씨는 “집이랑 공원만 오가다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니 어찌나 반가운지 눈물이 찔끔 났다”며 “스트레스가 절로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모(81)씨는 “오갈 곳 없는 노인들이 그나마 알차게 여가생활을 보낼 수 있는 곳이 바로 노인복지관”이라며 “평범한 일상이던 노인복지관 이용이 이렇게 소중했는지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안동=배소영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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