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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증가세에 경고장… 자영업자·소상공인 ‘생존 위기’

입력 : 2021-05-28 06:00:00 수정 : 2021-05-27 23: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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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경제 상황따라 판단”
금리 현행 0.5%로 동결했지만
GDP 전망 1%P 올려 4% 상향

李총재 “코로나 등 경제 상황 달려”
美보다 앞서 선제조치 취할 수도
2021년 내 인상 질문엔 긍·부정도 안해
금리 1%P 상승땐 이자부담 12조↑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의 신호탄을 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7일 금리 결정 회의를 열고 금리를 현행 0.5%로 동결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잠정 국민총생산·GDP) 전망치를 기존 3%보다 1%포인트 높은 4%로 상향했다. 또 금통위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처음으로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융권과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이 경제성장률을 대폭 상향한 것 자체가 금리 인상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이 총재가 직접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고, 이것에 대해서는 늦지 않게 대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기를 못 박지는 않았지만 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주목된다. 이 총재는 또 “연내 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려 있다”며 “금리정책 정상화를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실기하지도 말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2월25일 3%였던 올해 성장 전망치를 4%로 수정하고 내년 성장률도 2.5%에서 3.0%로 0.5%포인트 올려 잡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1.3%에서 1.8%로 높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가계부채 증가세에 경고장… 영끌·빚투 ‘이자폭탄’ 공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등에 힘입어 세계 경제가 급속도로 회복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더해 이주열 한은 총재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에 앞서 선제적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연내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7일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했다.

 

금통위의 금리 동결은 아직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물가 안정보다는 경기 회복에 중점을 둔 조치로 비친다. 이는 이미 시장이 예상했던 바다. 더 관심을 끈 건 이날 함께 이뤄진 경제성장률 상향과 이 총재의 발언이다.

 

이 총재는 한은이 미 연준의 통화정책에 따라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냐는 질문에 “미 연준의 통화정책은 국내 금융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연히 중요한 요인”이라면서도 “연준의 통화정책은 고려하되, 거기에 일대일로 매칭해 고려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 총재는 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적절한 시점에서 서두르지도 않아야겠지만, 늦지도 않아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연내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냐는 계속된 질문에는 긍정이나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 총재의 “시장에 시그널을 줘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고 오늘 금통위에서도 이와 관련해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는 발언도 의미심장하다.

 

이 총재의 발언이 아니라도 이날 성장률 전망치 자체가 조기 금리 인상의 신호로 볼 수 있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한번에 1%포인트나 올린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성장률이 4%까지 올라가면 물가 상승이 동반되고, 가계부채 증가나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앞서 한은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해 3월16일 ‘빅컷’(1.25%→0.75%)과 5월28일 추가 인하(0.75%→0.5%)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의 금리를 한꺼번에 내렸고, 이후 실물 경기와 금융자산 간 괴리가 커졌다. 이는 그간 지속돼 온 빚투 현상과도 무관치 않다.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1765조원에 달하는 가계 빚에 대한 우려도 작지 않다. 이날 이 총재의 발언은 이러한 가계 빚을 서서히 줄이라는 경고의 성격으로도 볼 수 있다.

 

이 총재는 가계 빚 부담 증가에 대해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가계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지속되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상당히 크고, 그것을 조정하려면 더 큰 대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불균형의 누적을 막기 위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고, 이에 대해 늦지 않게 대응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이자 부담액만 가계는 약 12조원, 자영업자는 5조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영끌’해 주택담보대출이나 기타대출을 통해 ‘빚투’한 가계의 부담은 물론 현재 대출 원리금 상환을 유예받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은 빚을 줄이지 않을 경우 생존 위기에 내몰릴 수도 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를 얼마나 빨리 올리는지 여부에 따라 시장 충격이 달라질 것”이라며 “전문가 중엔 가능한 한 빨리 신호를 주고 나서 천천히 금리를 올리는 게 맞다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김범수·엄형준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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