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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대식의경영혁신] 코로나와 기업의 피벗 경영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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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27 23:14:53 수정 : 2021-05-27 23: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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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파에도 쿠팡·씨젠 등 기업 실적 개선
경영환경 급변 속 미래예측·과감한 대응 중요

코로나19 여파에도 우리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급속하게 개선되고 있다. 국내 최고 분자진단업체 씨젠은 작년 매출 1조1880억원, 영업이익 7616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액 10배, 영업이익 34배 증가의 성공 신화를 이루어냈으며, 올해 1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하는 좋은 실적을 기록하였다. 또한, 지난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쿠팡은 2020년 매출 12조원으로 전년 대비 2배의 성장을 기록하였으며, 올해 1분기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나 증가하였다.

코로나로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본 항공산업에서 대한항공은 2020년 해외여행 수요 급감으로 매출이 40% 감소하였으나, 화물 운송에 집중하여 2383억원의 흑자를 기록하였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 1245억원을 기록하여 지금까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글로벌 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경영을 하고 있다.

이러한 놀라운 경영실적을 보여주고 있는 기업들은 코로나19가 초래한 뉴노멀 시장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기업들이 다른 기업보다 빠르게 도약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던 이유는 환경변화를 인지하고 과감하고 신속하게 ‘피벗 경영전략’을 실행하였기 때문이다. 피벗은 농구, 테니스 등의 구기(球技)에서 한 발을 축으로 하여 방향을 바꾸는 행동을 의미한다. 피벗 경영전략이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기업이 제품, 프로세스, 사업전략(목표 고객, 경쟁 방법 등)에 대한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실험, 검증함으로써 고객의 진정한 필요를 발견하고 학습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기업은 시장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방법을 찾아내게 된다.

씨젠은 작년 코로나19 분자 진단 키트를 2주 만에 개발하여, 국내외 언론에 많은 관심을 받은 기업이다. 2020년 1월 12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공개되자마자 천종윤 대표는 임원회의를 소집하여 코로나19 진단 시약 개발을 결정하였고, 개발 속도를 가속화하기 위해서 다른 시약 개발을 모두 중단하고 모든 스태프가 코로나19 시약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 한국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도 천 대표는 시장의 향방을 예측하고, 모든 직원이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회사의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였다.

쿠팡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하면서 급증하는 온라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 다양한 서비스 프로세스를 개발, 도입하였다. 물류센터 설립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쿠팡은 국민의 70%가 10㎞ 이내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여 쿠팡은 새벽 배송, 당일 배송 서비스를 주 7일로 확대하였으며, ‘단 건 배송’ 음식 배달서비스를 도입하여 배송 시간을 단축하였고,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를 확대하여 쿠팡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려고 노력하였다. 우수한 서비스, 낮은 가격, 많은 상품 종류 등 고객이 원하는 것을 모두 제공하겠다는 김범석 대표의 강한 의지가 잘 반영된 피벗 전략이라고 판단된다. 또한 대한항공도 여객수요는 줄어들지만, 늘어나는 항공화물 수요에 대응하여 여객기 140대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과감한 피벗 전략을 선도적으로 실행하였기 때문에 흑자경영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피벗 경영전략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19, 기후변화,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환경 요인들로 한때는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도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피벗 경영전략은 이러한 환경변화를 추측하고, 실험하고, 검증하면서 해결방법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다. 성공적인 피벗을 위해서는 기업은 변화를 관찰하여 미래를 예측하고, 고객의 요구에 집중하여 피벗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또한 최고 경영자는 조직 구성원이 신속하고 과감하게 피벗을 실행할 환경을 조성하고 격려해야 한다.

허대식 연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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