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군대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병사들의 부실급식 사태에 대해 폭로한 커뮤니티의 운영자 김주원씨가 “작년 2월 국방부 수사관이 저의 집으로 찾아오는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민간인이었던 저를 국방부 수사관이 사전고지 없이 집으로 찾아오는 부분에 저는 두려움을 느꼈었다”고 회상했다.
25일 ‘육군훈련소 대신전해드립니다(육대전)’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 김주원씨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후에도 군 당국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게 있고 이게 사실이 아니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할 수 있다는 전화를 받았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팔로워 15만명에 이르는 육대전은 군대 내 부실급식을 포함해 각종 부조리와 불합리한 사안에 대해 병사들로부터 제보를 받고 이를 폭로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2016년에 개설된 육대전은 지난 2019년 병사 간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제보가 이어졌고 병사들이 많이 찾는 페이스북 페이지로 성장했다. 현재는 단순한 페이스북 페이지가 아니라 법적으로 언론사 자격을 취득하여 운영하고 있으므로 ‘1인 미디어’에 해당한다. 김씨는 지난해 군 수사관이 집으로 찾아왔던 시점 이후로 “1인 언론사로 저를 보호하기 위해 인터넷 신문사업자를 등록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병사들이 부실급식을 받는 사진이 육대전에 올라오면서 기폭제가 돼 논란이 됐다. 당시 공개된 사진들 몇몇을 살펴보면 한눈에 봐도 성인 남성이 먹기에는 부족하고 부실해 보였다.
이날 김씨는 라디오에 출연해 육대전을 비영리민간단체로 발돋움할 계획에 있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선 “많이 뉴스에 보도되는 등 이슈화가 돼서 크고 작은 제보들이 많이 오고 있는데 사안이 무거운 제보들 같은 경우 제가 혼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가 어렵더라”라며 “많은 직업을 가지고 계신 많은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많이 듣고 싶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씨는 현재 취사병들이 힘들다는 제보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 국방부에서 대대적으로 감사하고 있다고 한다”며 “그러면 높으신 분들도 많이 오게 되고 그렇게 되면 취사병들이 부담을 많이 느낀다”고 언급했다.
현재 국방부는 병사들의 급식 등 복무 환경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 20일 서욱 국방부 장관은 육·해·공군참모총장, 해병대 사령관을 비롯한 육군 군단장, 해군 함대사령관, 공군 사령관급 이상 지휘관 등을 화상으로 소집해 주요 지휘관 회의를 개최했고 이 자리에서는 장병 급식 및 시설환경 개선 추진 상황, 장병 고충 처리 및 소통체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육대전은 병사들의 부실급식만 폭로하는 것은 아니다. 전날 공개된 모 부대 격리자 배식 사진에는 밥과 반찬, 국의 양이 푸짐하게 담겼다. 그는 “정말 병사한테 잘해주는 지휘관, 혹은 행정보급관이나 간부들의 제보도 많이 오고 있는데 그런 미담도 준비해서 올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한 육대전 운영에 대해 “재능기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따로 인건비가 드는 것도 아니고 아직 후원금은 생각 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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