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이상 땐 中 내륙 도달
현무-4 탄두중량 줄이면 가능
위성 발사용 로켓 개발도 박차

한국군 미사일 개발의 ‘족쇄’였던 한·미 미사일지침이 4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밝혔다. 한·미 미사일지침은 1979년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는 대신 미사일 최대 사거리는 180㎞, 탄두중량은 500㎏ 이내로 제한을 두는 조건으로 작성됐다. 이후 몇 차례 개정을 거쳐 탄두중량 족쇄는 풀렸으나 최대 사거리는 800㎞ 이내로 제한을 뒀다.
미사일지침의 종료는 우리 군이 ‘미사일 주권’을 완전히 회복해 사거리에 구애받지 않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나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론적으로 1만㎞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선택은 1000~3000㎞대 중거리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이 유력시된다. 사거리 1000㎞대 탄도미사일은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다. 사정권엔 중국 베이징과 일본 도쿄 등도 포함된다. 사거리 2000㎞ 이상이면 중국 내륙까지 도달할 수 있다.


한국군은 세계 최대 탄두중량을 자랑하는 ‘괴물 미사일’ 현무-4 개발에 성공한 만큼 이론상 탄두중량만 줄인다면 단시간 내 사거리를 늘릴 수 있다. 현무-4는 탄두중량 2t으로 최대 사거리 800㎞를, 탄두중량 4∼5t 때는 300㎞ 정도를 보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탄두중량을 500㎏ 이하로 줄이면 사거리는 200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사일지침 종료 발표로 언제든지 군사위성 발사용 로켓 개발 등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7월 4차 개정 당시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철폐되면서 고체연료를 사용한 우주로켓 개발은 가능해진 상태다.

독자 정찰위성 개발과 함께 우주군으로의 기반을 다지는 데 한걸음 다가갔다는 전망도 있다. 군 관계자는 “현재 70개 이상의 국가 및 비국가 단체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2666개의 인공위성을 운영 중이다. 이러한 통계는 언제든지 우주에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번 미사일지침 종료 선언으로 한국군이 한반도를 뛰어넘어 우주군으로 도약하는 데 기틀을 마련했다고 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국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실전배치하게 되면 미국이 직접 한반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고도 중국과 러시아 견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한·미 간의 이번 합의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박병진 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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