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개 권역별 ‘유지 충원율’ 설정
미달 땐 최대 50% 정원 감축 권고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등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어려운 ‘한계 대학’들을 겨냥해 정부가 퇴출 카드를 본격 꺼내들었다. 또 수도권 등 전국 5개 권역별로 설정된 ‘유지 충원율’을 충족하지 못하는 대학은 정원을 감축하도록 했다. 각 대학의 체질 개선과 교육역량 강화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이나 퇴출 및 정원 감축 대학 선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우선 재정지원제한 대학이나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예체능·종교대학 중 일부 대학을 한계대학으로 분류해 과감한 구조개혁을 3차례 주문한 뒤 회생 가능성이 없는 대학은 퇴출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내년부터 대학 재정 위기 수준을 진단해 ‘위험대학’을 집중 관리할 계획이다. 위험대학에는 필요에 따라 개선 권고·요구·명령 조치를 한 뒤 개선명령을 이행하지 않거나 회생이 불가능한 경우 폐교명령을 내린다. 이와 관련, 폐교대학 자산 관리·매각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청산인 제도 개선 등도 추진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선 권고 및 요구 단계의 위험대학은 시정조치를 제대로 이행하면 회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시정조치를 이행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원 감축은 ‘유지 충원율’(대학이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신입생·재학생 충원율)을 통해 유도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서 받은 자율 혁신 계획과 권역별 학생 충원 현황 등을 고려해 내년 5월쯤 5개 권역별 기준 유지 충원율을 설정하고 하반기부터 충원율 충족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권역별로 설정된 유지 충원율을 충족하지 못한 대학에 정원 감축을 요구하고 불응 시 재정 지원을 중단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권역별로 30∼50% 대학이 정원 감축 권고 대상이 되고, 2023∼2024학년도부터 감축 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교육부가 대학 정원 감축에 나선 것은 올해 3월 기준으로 전국 대학에서 4만586명이 충원되지 못하는 등 2024년까지 미충원 규모가 증가해 대학은 물론 지역별로 큰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종철 교육부 차관은 “수도권 대학에서도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걱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번 방안은 고등교육 생태계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서울 소재 대학 총장들도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고등교육 생태계 위기에 공동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수도권·지방 충원율 양극화 심화… 존폐기로에 ‘긴급처방’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학생 충원율이 급격히 떨어지자 정부가 ‘한계대학’ 퇴출과 ‘정원 감축’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다. 위기에 직면한 대학들의 자체 혁신과 구조조정을 유도해 경쟁력을 높이고 전체 고등교육 생태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다. 비수도권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생 충원에 어려움이 덜한 서울 등 수도권 대학들의 정원 감축을 압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대학 폐교나 구조조정, 정원 감축 문제는 해당 대학 교직원과 재학생, 지역사회의 이해관계와 맞물리는 데다 대입 수험생과 학부모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는 고차원의 방정식이다. 정교하게 풀지 않을 경우 사회적 갈등과 진통이 불가피하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2010년대 97∼98% 수준이었던 전국 대학의 충원율은 올해 91.2%에 불과했다. 특히 비수도권 대학의 미충원율이 심각하다. 올해 수도권 4년제 대학의 충원율은 99.2%였지만 비수도권 4년제 대학은 92.2%였다. 수도권 전문대 충원율은 86.6%, 비수도권 전문대는 82.7%에 그쳤다.
교육부는 하위권 대학과 중상위권 대학으로 나눠 정원을 관리할 방침이다. 하위권 대학은 재정지원제한 대학 또는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예체능·종교대학 중 일부 대학을 한계대학으로 분류한 후 과감한 구조개혁을 주문한다. 그래도 미래가 안 보이는 대학은 퇴출한다.
정부로부터 일반재정지원을 받는 중상위권 대학은 대학별로 정원을 줄이고, 대학별 자율혁신계획을 세워 추진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 일반재정지원을 확대·개편하고, 우수대학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서울 등 수도권 대학의 정원 외 전형에도 손을 댄다. 대학별로 정원 외 전형을 과도하게 운영하지 않도록 계획을 세워야 하고, 일부 전형은 정원 내 선발로 전환한다.
각 대학은 권역별 유지충원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정원 감축 대상이 된다. 교육부는 신입생·재학생 충원 현황, 지역 간 균형 등을 반영해 5개 권역에 따라 유지 충원율 기준을 달리할 방침이다. 아울러 대학별 발전전략에 따라 정원을 유연하게 조정한다. 예컨대 ‘연구중심대학’으로서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자 할 경우 학부 정원을 줄여 대학원 정원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한다.

대학들 반응은 엇갈렸다. 수도권의 한 국립대 관계자는 “그동안 경쟁력이 낮은 대학들의 무분별한 학생 유치 부작용이 개선되고 적절한 예산 분배로 경쟁력 있는 대학이 육성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비수도권 대학가에서는 지방대의 일방적 희생과 수도권 대학 선호도 쏠림을 방지할 수 있도록 평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형식 충남대 교무처장은 “지방대의 지역사회 기여 측면 등 대학 역량을 세밀하게 평가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고, 대구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수도권 대학 집중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기계적인 잣대로 평가하면 지방대학만 퇴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교육부는 2022학년도에 적용할 정부 재정지원제한 대학 18곳을 발표했다. △국가장학금Ⅱ유형과 학자금 대출 50% 제한 대상 대학(Ⅰ유형)은 서울기독대와 예원예술대, 두원공대, 부산과기대, 서라벌대다. 전면 제한 대학(Ⅱ유형)은 신경대와 한려대, 광양보건대, 경주대, 금강대, 대구예술대, 제주국제대, 한국국제대, 강원관광대, 고구려대, 광양보건대, 대덕대, 영남외국어대, 웅지세무대다.
정필재·유지혜·구현모 기자, 대전=강은선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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