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작전 계속될 것” 고수
민주당 내서도 무기 판금 결의안
블링컨 “가자지구 공격 지지 안 해”
국제사회 비판도 부담으로 작용
안보리 휴전결의안 또 반대에도
이스라엘 양보 안 하자 美 무력감
中매체 “美, 親이정책 유대인 때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0년지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인내심을 잃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폭력이 길어지면서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휴전으로 가는 중대한 긴장완화가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통화는 지난 10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교전이 시작된 이래 벌써 네 번째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는 이전과 ‘결’이 다르다는 게 미 언론의 분석이다. 그동안에는 충돌을 우려하는 동시에 이스라엘 방어권을 지지하는, 이도 저도 아닌 입장이었다면 이번에는 이스라엘에 확실한 ‘정지’ 신호를 줬다는 것이다.
WP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무뚝뚝했다’고 평가하며 “그가 이스라엘의 휴전을 결정할 권한은 없지만, 백악관은 오해의 소지 없는 단호한 메시지를 보냈다. 네타냐후가 교전을 이어갈 경우 워싱턴에서 지지를 잃게 되리라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CNN방송도 “바이든 대통령은 휴전을 갈망했지만, 압박 전술이 역효과를 낼 것이라 보고 네타냐후에게 공개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일을 꺼렸다”며 “그러나 네타냐후가 거듭 ‘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미국의 인내심을 시험했다”고 전했다. 이어 백악관이 바이든 대통령의 ‘중대한 긴장완화’ 발언을 그대로 공개한 것은 “대통령이 40년간 알고 지낸 네타냐후에 인내심을 잃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둘의 인연은 1980년대 초 네타냐후가 워싱턴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근무하며 시작됐다.

미국이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민주당 내부 분위기가 이스라엘에 마냥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 등은 이날 이스라엘에 7억3500만달러(약 8300억원) 상당의 무기판매를 중단하라는 결의안을 내놓았다. 이와 별도로 민주당 상원의원 28명과 하원의원 138명도 각각 휴전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가비 아슈케나지 이스라엘 외무장관에게 “가자지구 공격을 더 이상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미 국무부 발표를 인용해 블링컨 장관이 아슈케나지 장관과 통화했다며 공격 중단 메시지를 강화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 비판도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전날 프랑스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이·팔 휴전 촉구 결의안에 또 다시 반대했다. 미국의 ‘외교적 노력’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물러설 뜻을 보이지 않고 있고, 팔레스타인 측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며 ‘미국이 중국 등 다른 나라에 인권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란 비판이 나온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국영 중앙(CC)TV의 해외 채널 CGTN은 지난 18일 방송에서 이스라엘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이 미국의 부유한 유대인과 그들의 로비 때문이라고 믿는다. 금융과 인터넷 부문을 지배하는 유대인은 강력한 로비를 하고 있다“며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이 진정한 민주적 가치에 기반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방송 후 주중 이스라엘 대사관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유대인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음모의 시대가 끝나기를 바랐는데, 불행히도 반유대주의가 다시 그 추악한 얼굴을 보였다”고 성토했다.
윤지로 기자,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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