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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모의창의적글쓰기] IQ테스트와 언어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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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20 22:54:38 수정 : 2021-05-20 22: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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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플린 교수는 지난 100년간 IQ테스트의 점수 변동을 연구하다 깜짝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의 생각과 달리 지난 100년간 IQ테스트의 점수 수치가 계속 상승했던 것이다. 기계화와 디지털 시대를 거치면서 보통 사람의 인지능력은 감소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이런 결과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IQ테스트의 점수는 지난 100년 동안 모든 지표에서, 그리고 모든 지역에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다.

특히 디지털 기기 앞에서 무능력한 인지 상태를 경험한 현대인의 입장에서 이런 사실은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디지털 시대에 사람들은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하고 노래 가사도 기억하지 못한다. 내비게이션 덕분에 길 찾기는 편해졌지만 인간의 공간지각능력은 오히려 감소되었다. 독일 뇌과학자 슈피처 박사는 디지털 시대에 사람들의 이런 무능력 상태를 ‘디지털 치매 증후군’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이 디지털 기기에 의존한 덕분에 기억력과 감각능력이 떨어져 유사 건망증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디지털 문명과 보통 사람의 인지능력 사이의 간극은 차츰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간극이 과학적 오류나 착각 같지만 그 내막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IQ테스트의 점수 상승은 지난 100년간의 문명 발전과 대학교육제도의 확산에 따른 과학적 추론능력 향상과 관련이 있다. IQ테스트를 만든 학자들이 선호하는 논리적 해결력, 추상적 분석력, 기하학적 연관성과 같은 과학적 추론 점수가 상승한 것이다. 특히 매체의 발달로 인해 그림의 완성이나 모형의 연관성, 블록 구성, 표식 찾기와 같은 시각적 추론능력이 향상되었다.

이와 달리 언어이해 능력은 이전보다 많이 떨어졌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2007년 미국 교육부의 보고서를 보면 학생들의 정보수집의 읽기, 문학작품 읽기와 같은 언어영역의 점수가 꾸준히 하락했다. 우리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국의 성인 문해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에 해당한다. 한국 학생들의 문해력도 해마다 떨어진다. 문해력의 기본 바탕인 독서율은 해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인 독서량은 192개국 중 166위였다. IQ테스트의 점수가 높아도 언어적 이해능력이 없으면 인간의 소통능력과 감성능력은 후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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