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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탈출 게임부터 웹툰 전시까지… 소통의 폭 넓히는 미술관

입력 : 2021-05-20 21:00:00 수정 : 2021-05-20 19: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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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현대미술관 ‘시간여행사 타임워커’
시간여행 중 예기치 못한 시공간 불시착
작품 감상하며 퀴즈 풀고 방 하나씩 탈출
을숙도 배경 역사와 생태보호 메시지 전달

서울시립미술관 ‘호민과 재환’
화가 아버지·웹툰작가 아들 작품 한자리
이야기꾼으로서 부자간의 대화도 재미
아버지 작품 재해석한 ‘계단에서…’ 눈길
‘시간여행사 타임워커’전시 중 일부.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2031년 4월. 한국이 낳은 글로벌 기업 타임워커사는 세계 최초로 시간여행 기술을 실행해 1990년대부터 2080년대까지 을숙도의 과거와 미래를 둘러보는 여행상품을 개발 출시한다. 2025년 최첨단 양자물리학을 이용해 다차원 시간관측술 특허 출원을 성공적으로 마친 지 6년 만이다. 상위 1%만 체험할 수 있다는 시간여행 상품을 찾은 관광객들이 시간여행선 TW-07편에 탑승한다. 천연기념물 제179호 아름다운 섬 을숙도의 100년이 펼쳐질 거라는 타임워커의 광고와 달리, 시간여행선은 예기치 못한 시공간에 불시착한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관광객은 불시착 시공간에서 ‘탈출게임’을 시작한다. 드라마나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이 탈출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미술관이다. 부산 사하구 을숙도에 위치한 부산현대미술관이 최근 시작한 생태환경전시 ‘시간여행사 타임워커’ 현장이다.

◆미술관에서 방탈출 게임을?

방탈출부터 웹툰까지, 미술관의 변신이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이 생태 환경 문제를 주제로 전시를 열기에 앞서 고민한 것은 ‘어떻게 하면 전시의 주제의식을 오래도록 관람객들의 기억 속에 남길 수 있을까’였다.

김가현 학예연구사는 “환경을 주제로 한 전시를 하면 다들 금방 잊는 것 같았다“며 “사람들이 잊지 못할 방식을 찾다 방탈출 게임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교육 현장에서 이미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이 바로 게임방법론”이라며 “미술관에서 시도한 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SF소설가 심너울이 스토리를 짜고 미술가, 건축가들이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참여자들이 누비고 다닐 공간을 만들었다. 김진휘, 문지욱, 이완, 정이삭, 황문정, 안성식, 김은서 작가와 몰입형 미디어아트를 연구하는 중앙대 FMA 연구소가 영상, 드로잉, 조각, 설치작품들을 배치했다. 그 결과, 과거 쓰레기매립장으로 쓰이다 우여곡절 끝에 철새도래지로서 보호받기까지 험난한 역사를 가진 을숙도를 배경으로, 미래의 가상 여행사 타임워커가 개발한 타임머신의 불시착 사건을 발단으로 한 서사가 완성됐다. 관람객은 그 속에서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질 수도 있고, 작품들 사이를 오가며 퀴즈를 풀고 각종 과제를 수행한다. 과제에 성공할 때마다 다음 방으로, 또 다음 방으로 이동해 나간다. 방을 하나씩 탈출할 때마다 흥미가 배가되고 자연스럽게 을숙도의 역사와 생태 보호라는 메시지를 접하게 된다.

전시는 벌써 입소문을 타고 일주일치 관람 예약을 받을 때마다 매진이라고 한다. 방탈출은 약 60분 걸리는 수준으로 설계됐고, 가장 빨리 탈출에 성공한 관람객은 37분 만에 나온 대학생이었다고 한다.

‘시간여행사 타임워커’전시 중 일부.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김성연 관장은 “게임형 인터미디어(intermedia)라는 새로운 형태의 전시로, 오늘날 놀이문화와 환경 문제를 결합해 더 효과적으로 사회 현상에 접근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방탈출에 앞서 관람객은 실제 미래에 온 것처럼 시간여행선 탑승 티케팅을 하고 안내를 받는다. 방탈출 후에는 일반적인 전시에서 접하는 아카이브를 미래의 가상 신문사가 타임워커의 불시착 사건을 취재하고 만든 신문처럼 만들었다. 전시의 시작부터 끝까지 관람객들에게 이색적인 체험을 선사하기 위해 전시 기획자가 많은 품을 들였음이 느껴진다.

◆미술관에 들어온 웹툰

주재환·주호민 부자의 2인전으로 관심을 끈 ‘호민과 재환’전시도 웹툰을 미술관으로 들였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이색 풍경이다. 웹툰 ‘신과 함께’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는 주호민(40) 작가는 민중미술 화가 주재환(81) 작가의 아들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는 부자가 처음으로 함께 회화, 설치, 영상, 웹툰 등 약 130점 작품을 선보인다.

미술과 웹툰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 중인 두 작가는 시대의 이야기꾼이라는 공통점을 갖고있다. 이야기꾼으로서 두 작가의 작품을 대를 이은 진화로, 부자 간의 대화로 살펴보기도 하는 재미가 있다.

주호민 ‘계단에서 뭐 하는 거지’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특히 친근한 디지털 웹툰체의 그림이 미술관에 들어와 작품으로 걸린 모습, 웹툰의 콘티, 스케치 등이 마치 미술관의 전통적인 전시 때 보는 원화 작품의 드로잉이나 아카이빙처럼 함께 공개된 점이 신선하다. 아버지의 작품 ‘계단을 내려오는 봄비’를 만화로 재해석해 내놓은 주호민의 ‘계단에서 뭐 하는 거지’도 그렇다. 가로 220㎝, 세로 740㎝로 미술관 2, 3층에 걸쳐 걸려있는 초대형 작품인데, 스마트폰 속 작은 화면에서만 보던 만화의 경험과 대비된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주호민 작가도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신기하면서도 엄청나게 부담스러워 중간에 도망가려고 했는데 학예사에게 잡혀 열심히 하게 됐다”며 웃어 보였다. ‘시간여행사 타임워커’는 8월29일, ‘호민과 재환’은 8월1일까지.

 

부산·서울=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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