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트라이커’ 김진혁 5골 공동 3위
일류첸코外 외인선수는 ‘골 가뭄’

축구는 골을 넣어야만 승리하는 스포츠이기에 득점이 주임무인 스트라이커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한국프로축구의 최상위리그인 K리그에서 리그 정상급 스트라이커를 꼽을 때 몇 년간 국내 선수들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각 팀 주전 스트라이커를 외국인들이 독점한 탓으로 2019, 2020시즌에는 득점 톱5를 모두 외국인들이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 시즌 초중반까지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득점 1위는 9골의 일류첸코(전북)로 여전히 외국인 스트라이커가 차지하고 있지만 이후로 토종 스트라이커의 이름을 2명이나 찾을 수 있다. 제주의 주민규(31)가 8골로 득점 2위에 올라 있고, 대구의 김진혁(28)이 5골로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다. 멸종되는 줄만 알았던 토종 스트라이커들의 반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중 주민규는 2017년 상무에서 뛰며 17골로 득점 4위에 오르는 등 외국인 스트라이커 틈바구니에서 이미 성과를 올려본 선수다. 연습생으로 프로생활을 시작해 2부리그를 전전하던 선수가 군복무를 위해 상무에 입단한 뒤 리그 득점 순위 최상위권에서 경쟁해 당시 ‘연습생 신화’로 큰 화제가 됐었다. 그러나 제대 후인 2019시즌 K리그1 최상위팀인 울산 현대에서 5골에 그친 뒤 2부리그로 처져 있던 제주로 팀을 옮기며 팬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후 올 시즌 제주의 K리그1 승격과 함께 최상위리그로 돌아와 다시 득점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시즌 전만 해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연습생 신화’가 또 한 번 쓰이고 있는 것이다.
김진혁의 약진은 더욱 예상밖이다. 그는 시즌을 공격수가 아닌 중앙수비수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원래 공격수였던 그는 2015년 프로 데뷔 후 임대를 전전하다 2017년 대구로 복귀하면서 중앙수비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이후 팀 공격진에 누수가 날 때마다 임시 공격수로 나서 팬들로부터 ‘수트라이커’라고까지 불렸던 그는 올 시즌 초반 김대원(강원)의 이적과 에드가의 부상 등으로 팀 공격진에 누수가 나자 다시 스트라이커로 나섰고, 어느새 득점 순위에까지 이름을 올렸다.
이미 제주와 대구의 공격라인이 두 선수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된 데다 득점 기세 또한 시즌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기에 이들의 약진은 시즌 내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덕분에 올 시즌 K리그 팬들은 오랜만에 토종 스트라이커의 득점 행진을 시즌 내내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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