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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생존 위한 ‘제2 지구’… 우주 식민지 개척 기대감 높아 [뉴스 인사이드 - 인류는 왜 화성에 주목하나]

입력 : 2021-05-23 08:00:00 수정 : 2021-05-21 21:3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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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어 UAE·中 등 잇단 탐사 도전
궤도선 8대 등 행성 주변 14대 활동 중
2022년엔 러·유럽 합작 프로젝트 예고

“새 행성 개척 못하면 인류 멸종 위기”
스티븐 호킹 ‘플랜B 준비’ 적극 강조

국제사회 리더십 우주로 확장 의미
탐사 기술 상품화로 新시장 확보도
그는 더없이 빛났지만 결코 오래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태양이 자리를 비키거나 다시 어둠을 밝히는, 낮과 밤이 교차하는 짧은 순간에 등장했다가 이내 사라지곤 했다. 은은한 노란빛을 베일처럼 두른 이 신비로운 행성에 사람들은 미의 여신 ‘비너스’(금성)란 이름을 붙였다. 지구와 함께 태양을 도는 7개의 행성 중 여신의 이름을 가진 건 금성이 유일하다. 1950년대 말 우주 탐사 시대가 열리고 인류가 처음으로 행성 탐사선을 보낸 곳도 금성이었다. 하지만 과학이 비너스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내면서 사람들이 품었던 환상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평균 표면 온도 464도, 지구에서보다 92배 더 무거운 대기. 비너스의 땅은 에덴동산이 아니라 지옥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실망할 순 없다. 우리에겐 지구 옆을 도는 또 다른 행성, 화성이 있으니까. 이렇게 화성은 지구인의 유일무이한 ‘총아’가 됐다. 사람들은 금성에 못다 준 사랑을 화성에 쏟아부었다. 50대에 육박하는 탐사 프로젝트(실패한 것 포함)가 사랑의 징표다.

 

◆미·중·UAE에 일·민간기업까지 러시

 

반세기 넘게 화성은 미국의 독무대였다. 프로젝트 총 개수는 미국과 러시아(소련 시절 포함)가 비슷하지만, 성공한 것만 따지면 미국이 독보적인 1위다.

 

그런데 올해 ‘화성 입주자’가 갑자기 둘이나 늘어났다. 지난 2월 우주과학 분야 신출내기인 아랍에미리트(UAE)가 ‘호프’(Hope)를 화성 궤도에 안착시키더니 ‘우주굴기’를 부르짖던 중국은 15일 무인 탐사선 ‘톈원 1호’를 화성에 착륙시켜 실력을 입증했다.

 

현재 화성에는 미국, 유럽, 인도, UAE 등의 궤도선 8대와 헬기 1대, 착륙선 2대, 탐사선 3대가 활동 중이다. 여기에는 최근 중국이 발사한 톈원 1호가 품고 간 탐사선 ‘주룽’도 포함됐다.

 

내년엔 러시아와 유럽이 함께 진행하는 ‘엑소 마르스’가 예고돼 있고, 1998년 한 차례 궤도선을 쏘아보냈다 실패한 일본도 탐사선 착륙에 도전한다.

 

화성 탐사는 수십억 달러가 소요되는 만큼 그동안 프로젝트를 주도한 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나 유럽우주국(ESA) 같은 국가·지역의 전담 우주기구였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비행에 성공한다면 민간기업도 화상 탐사의 문턱을 넘게 된다.

화성 탐사에 성공한 최초의 탐사선 매리너 4호. 근접비행하며 첫 사진 전송
화성에 착륙한 중국의 첫 우주탐사선 톈원 1호의 상상도.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화성에 뭐가 있기에

 

지금까지 화성 탐사선의 주된 임무는 화성 내부와 표면, 대기의 성분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화성에 한때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했고, 그 물은 생명체가 ‘마셔도 괜찮은’ 수준이었음이 밝혀졌다. 그리고 어쩌면 정말로 유기물이 존재했을지 모른다는 가설도 나왔다.

 

이렇게 보면 화상 탐사는 과거를 더듬는 작업 같지만 사실 궁극적인 목표는 미래를 향한다. 정확히 말하면 ‘인간의 미래’다. 화성을 인간이 살 만한 곳,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개척하자는 것이다.

 

황당하게 들리지만 각국 우주기구 홈페이지에도 나와 있는 내용이다. 미 나사는 화성 탐사의 목적에 대해 “생명의 기원과 진화에 답할 기회를 제공하고, 언젠가 인류의 생존을 위한 목적지가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최초의 화성 탐사 로버 패스파인더. 화성이 한때 따뜻하고 액체 상태의 물이 있었다는 증거 수집

ESA는 “이웃 행성(화성)으로의 여행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걸 짊어지고 가야 한다면 화성 탐사는 매우 힘든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지에서 사용 가능한 자원을 사용한다면 화성 임무를 보다 쉽게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탐사 로봇이 수집한 샘플은 미래 인간 탐험가가 이용 가능 자원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활용할지를 분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한다. 지금까지의 행성 탐사는 인류를 화성에 보내기 위한 ‘밑작업’이라는 얘기다.

 

스페이스X도 ‘화성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거주 가능한 이웃이다. 약간 춥지만 따뜻하게 할 수 있고, 대기를 압축하면 식물을 재배할 수도 있다’며 생각보다 살 만한 화성의 거주 여건을 강조한다.

 

그런데 도대체 인류에게 지구 말고 또 다른 행성이 필요한 이유가 뭘까.

 

◆“어쩌면 이미 미생물이 살고 있을지도”

 

인간이 ‘제2의 지구’를 찾아 나선다는 설정은 공상과학(SF) 소설의 단골 이야깃거리다. 뜬구름 같은 이야기에 각국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터, 유명한 과학자들도 행성 개척을 언급하곤 했다.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1942∼2018년)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2014년 한 인터뷰에서 “새로운 행성을 식민지로 개척하지 못하면 인류는 조만간 멸종 위기를 맞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우리 행성은 구세계이고, 팽창하는 인구와 제한된 자원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 우리는 다가올 위협에 대비해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도 “2025년까지 화성에 사람을 보내야 한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코스모스’를 쓴 칼 세이건(1934∼1996년)도 다른 행성의 ‘테라포밍’(지구화)을 언급했다. 다만, 그는 호킹보다 신중한 입장이었다. 테라포밍은 인구 과잉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며, 지구화로 인해 화성의 토착 생명이 멸종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만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나사의 화성 탐사선 퍼서비어런스는 이산화탄소로 가득한 화성 대기를 산소로 바꾸는 실험에 성공해 테라포밍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부지불식간에 인류가 지구 생명체를 이미 화성에 이주시켰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비록 포자나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 같은 미물이겠지만 말이다.

 

각 우주기구는 탐사 로봇에 붙은 박테리아가 화성을 오염시키는 일이 없도록 심혈을 기울여 소독한다. 그렇더라도 생물량을 완벽하게 제로(0)로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로켓이나 탐사 로봇에 ‘탑승’한 미생물이 자외선 가득한 우주에서 생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모든 역경을 뚫고 화성에 도착했다면 화성에 적응하지 말란 법도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에서 보듯 미생물이야말로 변신의 달인이기 때문이다.

2021년 2월 18일(현지시간) 미국의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화성 표면에 가까워지면서 하강 단계 엔진을 점화하는 모습.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워싱턴=신화연합뉴스

크리스토퍼 메이슨 미국 코넬대 교수(생물물리학)는 영국 BBC에 “탐사선 소독은 미생물 입장에서 일종의 ‘자연선택’ 과정이었을 것이고, 여기서 살아남은 녀석들은 화성까지 히치하이킹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무선통신부터 적외선 체온계까지… 우주 개척의 파생물

 

우주과학이 장대한 꿈만 바라보고 나아가는 건 아니다. 과정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 나사가 밝힌 또 다른 화성 탐사 목적은 리더십이다. 나사는 “화성 탐사는 미국의 정치적·경제적 리더십을 보여주고, 이런 리더십을 평화적인 우주 탐사로 확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구에서 차지한 패권을 우주에서도 놓지 않겠다는 의지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 중국의 우주굴기도 이런 맥락이다.

보다 실질적인 파생효과도 있다. 로켓·탐사 기술로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킬 새로운 상품과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적외선 귀 체온계에도 우주기술이 숨어 있다. 적외선 체온계는 고막에서 방출되는 에너지의 양으로 온도를 측정하는데 이는 별과 행성의 온도를 측정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극한의 환경에서 우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각종 장비는 소방관이 착용하는 방화복과 공기호흡기의 성능 개선에 활용됐다. 무선통신, 카메라폰, 인공 팔·다리, 고성능 타이어 등에도 우주기술이 응용됐다.

 

미 브루킹스연구소는 “화성 탐사는 지구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고도의 창의력을 요구한다”며 “그런 만큼 전 세계 과학자들이 협업하는 툴(tool)을 배우게 되고, 상업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고부가가치 기술을 얻기도 한다”고 전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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